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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빌 게이츠가 꽂힌 SMR…미·중·러는 '개발중', 韓은 ‘논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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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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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R)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SMR 개발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3일 국가별 SMR 개발 정책 현황을 분석하고 한국도 SMR 상용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SMR 상용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은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추진 단계에 머물고 있다.

SMR은 원자로의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소형원자로다. 대형 원전은 주요 기기가 배관으로 연결돼 있어 사고 발생시 각 연결 부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 반면 SMR은 일체형으로 제작돼 기존 원전보다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낮다. 출력도 300메가와트(MW) 이하로 작기 때문에 대형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



미·중·러·영, SMR 개발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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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 건물 내부. [사진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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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2030년경부터 세계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SMR 시장이 약 2500억~4000억 파운드(약 390조~ 62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비해 미국, 러시아 등 전통적인 원자력 강국을 비롯해 중국, 영국 등은 SMR 노형(원자로 형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원전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원자력 전략 비전’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 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를 들여 와이오밍에 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이 적용된 SMR을 건설하고 2030년부터 이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다른 원전기업인 뉴스케일은 SMR 설계인증을 획득하고 내년 상반기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내에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이곳에SMR 핵심기기를 제작해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바다 위에 띄우는 SMR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경제 분야 국가 최고계획인 ‘제14차 5개년계획(2021~2025)’의 과제 중 하나로 해상부유식 SMR을 선정하고 국유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세계 최초로 해상 부유식 SMR 상용화에 성공해 지난해 5월부터 동시베리아 페벡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영국도 총리실이 주관하는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10대 계획’의 일환으로 SMR 개발과 상용화,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3억8500만 파운드(약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은 기술개발을 통해 2035년까지 SMR 10기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탈원전’ 문제로 SMR 추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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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탈핵시민행동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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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다목적 소형원전 ‘스마트(SMART)’를 개발해 지난 2012년 표준설계인증까지 획득했지만 10년째 상용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에서야 혁신형 SMR 개발에 8년간 4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놓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전경련은 SMR에 적합한 인허가 체계가 미비하고 과기부, 산업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정책지원이 지연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국내 원전산업 매출액이 2016년 27조5000억원 규모에서 2019년 20조7000억원으로 24.5% 감소했고 관련 종사자와 재학생 규모도 각각 4.7%, 7.6% 줄었다.

최근 정부와 여당도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SMR을 주목하고 있지만 반대 기조도 여전히 강하다. 지난 1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이루는데 한계가 있다”며 “SMR 분야에서 한·미 원자력 산업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옳은 방향에 닿기 위한 해결책의 초점이 잘못됐다”며 “SMR와 핵융합의 기후변화 대응효과는 아직 검증된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탈핵시민행동도 “원자력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주장은 에너지 전환의 흐름과 추세에 역행한다"며 정부에 SMR 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한국은 일조량, 풍량, 수자원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모두 부족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도 촉박하다”며 “우리나라로서는 SMR 활용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수적이기에 관련 정책과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하루 빨리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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