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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백신 선봉’ 英ㆍ美에도 변이의 역습…전세계 '델타 팬데믹'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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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과 함께 일상 회복을 준비하던 전 세계가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았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며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까지 위협하면서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올가을 이후 '델타 팬데믹'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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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ID) 소장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지난 2주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은 20.6%로, 영국에서처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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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ID) 소장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델타 변이가 코로나19 방역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파우치 소장은 "이달 첫 주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의 비율은 10%에 불과했는데, 2주 만에 20.6%로 급등했다"며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는 2주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 이런 강한 전파력에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다음 달쯤에는 델타 변이가 미국 내에서도 지배적인 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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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바이러스 4종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 뚫고 확산…이스라엘 "마스크 다시 쓰라"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생한 델타 변이는 기존의 알파 변이(영국발)보다 전파력이 60%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델타 변이가 코로나 바이러스 중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르고, 치명적이며, 기존 백신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며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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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신규확진자 대비 델타변이 감염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델타 변이가 확인된 곳은 최소 92개국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의 코로나19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각국의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률은 영국 98%, 러시아 99%, 포르투갈 96%, 캐나다 66%, 이탈리아 26%, 벨기에 16%, 독일 15% 등으로 나타났다. GISAID는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에서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87% 이상으로 분석했다.

이 여파에 영국은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며 1000명대까지 떨어졌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근 사흘째 1만 명 선을 넘고 있다. 이 가운데 99%가 델타 변이 감염자라는 분석이다. 당초 지난 21일로 계획했던 봉쇄 전면 해제 조치도 다음 달 19일로 연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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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델타 변이 확산에 봉쇄 해제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4주 뒤인 7월 19일로 연기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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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백신 1차 접종률이 63%에 달한다. 이런 영국마저 델타 변이에 뚫리는 조짐에 주변 유럽국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지금은 델타 변이 감염자의 비율이 적은 듯 보이지만 몇 주 전 영국의 상황도 그랬다"며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르투갈도 리스본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급증하자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하는 등 방역 고삐를 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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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어린이·청소년 층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백신 접종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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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해방'을 선언했던 이스라엘도 방역 조치를 복원시키고 있다. 델타 변이 여파에 확진자 수가 다시 반등하는 조짐에 총리가 "실내에선 다시 마스크를 써달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당국은 최근 신규 확진자 가운데 70%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추정된다며 공항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해외여행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을 팬데믹 우려…"백신 2회 접종 서둘러야"



이같은 무서운 확산 기세에 올가을 이후 델타 변이가 새로운 대유행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학원은 ‘코로나19 시나리오 모델링’ 을 통해 여름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저점을 찍은 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내 사망자 수도 지금보다 1000명가량 많은 주당 3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어린이·청소년 사이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무리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에 따르면 델타 변의 경우 백신 1회 접종 시 예방 효과는 33.5%에 불과했지만 2회 접종 시 80.9%로 크게 올라갔다. 짐 맥미나닌 영국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PHS) 국장은 이를 근거로 “백신을 2회 모두 맞으라고 독려해야 델타 변이의 위협에 맞설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백신 1차 접종률 63%에 달하지만 2차 접종까지 마무리한 비율은 46%로 아직 절반에 못 미친다.

백신 접종률이 정체 상태에 접어든 미국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접종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렌스키 미 CDC 국장은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델타 변이는 또 다른 변이를 만들어 백신 효과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며 “더 위험한 변이로 이어지는 감염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당장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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