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AI 기반 ‘헬로캐디’ 이용해봤습니다…버튼 누르니 로봇캐디 따라다니며 거리 척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래킹 모드’.

버튼을 누르니 음성이 나온다. 따라오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세 걸음 움직이자 ‘덜컹’ 하더니 움직인다. 살짝 걸음 속도를 높여봤다. 졸졸졸 잘도 따라온다. 속도를 늦추니 같이 늦춘다. 제자리에 서면 알아서 멈춤. 다시 움직이려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

“캬~ 신박하다.”

국내 최초 AI(인공지능) 기반 로봇캐디 ‘헬로캐디’를 체험해본 소감이다. 경주 코오롱가든골프장이 120대를 도입, 올해 3월부터 본격 운영에 투입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버튼을 누르고 앞서가면 로봇캐디가 자동으로 따라온다(좌). 측면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 핀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우). <박수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써보니

▷등판능력 발군…은근 잘 따라와

보기에는 그냥 수동카트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나마 다른 것은 앞바퀴가 2개, 뒷바퀴 3개로 뒷바퀴 쪽이 좀 더 넓게 설계됐다는 점 정도? 무게 중심을 고려, 골프클럽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란다.

골프클럽을 싣고 고정밴드를 채운 뒤 전원을 켜면 ‘헬로캐디’라는 음성이 나온다. 손잡이 앞에 센서가 있는데 사람, 그중에서도 따라가야 할 주인을 인식하는 센서다. 그 앞에 잠시 서 있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트래킹 모드’라는 음성이 나온다. 이후 두세 발자국 떨어져 앞으로 걸어가면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자동으로 따라오는 구조다.

미흡하지만 캐디 역할도 한다.

측면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아이패드 크기인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다. 여기에서 핀까지의 거리, 앞 팀과의 거리 등을 알 수 있다. 파 5홀에서 드라이버 티샷 후 첫 번째 공 안착 지점으로 갔을 때 그 위치에서 핀까지 180m가 남았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더불어 GPS와 센서로 앞 팀 로봇캐디와 교신을 하기 때문에 ‘앞 팀이 현재 150m 선상까지 이동했다’는 정보를 눈으로 인식 가능하다.

이번에는 등판능력 테스트.

코오롱가든골프장은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꽤 있는 편이다. 이전에는 무인카트를 골퍼들이 끌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오르막길에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특히 3번홀로 가는 오르막길, 6번홀로 가는 장거리 보행길은 야트막한 야산을 오르는 수준이다.

결과는? 합격점이다. 오히려 기자가 헉헉대며 오를 동안에도 로봇캐디는 보폭을 맞추며 잘 따라와준다. 내리막길에서도 마찬가지. 측면이 기울어진 오르막길에서는 기우뚱거릴 만도 한데 뒷바퀴 3개가 중심을 잘 잡아서 그런지, 큰 어려움이 없다.

중간중간 벙커나 연못이 옆에 있을 때는 ‘로봇캐디가 빠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안내가 나왔다.

매경이코노미

▶아쉬운 점은

▷좁은 길 갈 때 번번이 자동 멈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좁은 길을 갈 때는 자주 멈춘다. 골프장 관계자는 “길가에 세워진 펜스나 나무로 둘러싸인 좁은 길을 갈 때 로봇캐디 측면 안전거리 이내로 들어왔다고 센서가 인식하면 바로 멈춘다. 안전 때문에 그렇게 설정하기는 했는데 고객에게는 측면 장애물에서 좀 떨어져서 걸으라고 안내한다”고 소개했다.

여러 사람이 앞에 얼쩡거려도 ‘일단 멈춤’이다. ‘내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해서란다. 물론 대안으로 골퍼가 원격 리모컨을 갖고 있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운동할 때 귀찮을 수 있어 지금은 리모컨 없이 운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성 고객 사이에서는 수납 공간이 좀 작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봇캐디 이용 고객 강지은 씨는 “여성들은 아무래도 골프 파우치, 화장품용 가방 등 물건이 많은 편인데 이런 것을 둘 공간이 좀 작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은 이 같은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허진영 코오롱호텔 총지배인은 “모바일 단말기 기반 자율주행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해 경로 학습과 장애물 회피 기능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진입 위험 지역과 해저드, 벙커 등의 필드 이미지를 추출해 좌표로 변환, 해당 GPS 좌표로 카트가 진입할 시 사용자에게 경고하는 안내 기능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성 있나

▷캐디 구인난 해소 기대

관건은 채산성이 있는가다.

코오롱가든골프장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입장이다. 허진영 총지배인은 “체력 문제로 수동카트를 끌기 어려워하던 여성 고객 사이에서 특히 반응이 좋다. 9홀만 이용하던 여성 고객들이 18홀까지도 문제없이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높아진 편의성에 힘입어 지난 4월 기준 코오롱가든골프장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제조사 티티엔지에 따르면 로봇캐디 1대당 가격은 350만원, 관제(운영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포함하면 380만원이다. 캐디가 운전하는 5인승 전동카트는 국산이 1400만~1500만원, 일제가 1800만~2000만원 안팎이다. 로봇캐디 4대 가격이 일반 전동카트 1대 가격과 비슷하다.

코오롱가든골프장은 9홀 기준 1년에 약 10만명 정도가 방문한다. 과거 수동카트를 운영할 때는 무상 제공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로봇캐디 이용료(9홀당 5000원)를 받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요즘 골프장이 성업 중이지만 캐디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 골프장에서는 성희롱 등 사건·사고도 적잖다. 고심하던 지방 골프장을 중심으로 로봇캐디 도입이 적극 검토되는 배경이다.

로봇캐디 제조사 티티엔지에 따르면 육군체력단련장 등 군 소속 골프장에 대량 납품을 시작으로 제주롯데스카이힐CC, 천안상록CC, 블루헤런CC 등도 시범 운영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이배희 티티엔지 대표는 “골프장이 지방에 많고 캐디 인원이 필요한데 지원자는 많지 않아 문의가 많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골프장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