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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와일드 카드'가 성패 가른다... 한국 축구 와일드 카드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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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2일 오후 경기 파주시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올림픽 축구대표팀 소집 훈련에서 김학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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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누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와일드카드'(25세 이상 선수)로 뽑힐지에 시선이 모인다. 세 장의 히든카드로 누굴 뽑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도쿄올림픽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와일드카드 유력 후보로 황의조(보르도), 김민재(베이징궈안), 권창훈(수원삼성), 강상우(포항스틸러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은 내심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토트넘) 선발도 기대하고 있다. 사상 최고 성적을 목표로 정한 김 감독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무조건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경우 소속팀의 허락이 있어야 참가할 수 있다.

축구에 와일드카드가 도입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아시안게임은 2002년 부산 대회부터 도입됐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한국 축구는 2012년 런던올림픽 전까지는 와일드카드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사실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나서는 선배들은 부담이 상당하다. 팀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고, '병역 혜택'이라는 후배들의 절실한 목표를 도와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 때문에 의도치 않게 꼬이는 일도 적잖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와일드카드 세 명은 황선홍, 하석주, 이임생이었다. 중앙 수비수 이임생이 멕시코와 조별 리그 2차전 경기 도중 발목을 심하게 다쳐 중도 하차했다. 수비수 이경춘이 긴급 수혈됐으나, 미국까지 장거리 비행과 피로 누적, 기존 선수들과 부조화로 이탈리아전 결승골 빌미를 제공하며 실패한 와일드카드가 됐다.

와일드카드 악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허정무 감독은 김도훈, 홍명보, 김상식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했는데, 홍명보가 대회 직전 부상으로 강철과 교체됐다. 홍명보 공백에 대처하지 못한 한국은 스페인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3으로 크게 졌고, 이후 모로코와 칠레를 모두 1-0으로 꺾고도 골 득실에 밀려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영표는 이란과의 4강전 때 승부차기로 나섰다 실축했고 골키퍼 이운재도 상대 슈팅을 하나도 막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때 와일드카드 김동진은 부상 때문에 2차전에 잠시 필드를 밟은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와일드카드가 처음으로 성공한 사례는 2012년 런던올림픽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 김창수, 정성룡을 선택했는데, 박주영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런던의 성공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김신욱, 박주호, 김승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손흥민, 황의조, 조현우)의 연속 금메달로 이어졌다.

특히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하이라이트였는데, 황의조는 두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9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손흥민은 팀 전체를 이끌며 1골 5도움으로 우승에 앞장섰다. 또 골키퍼 조현우는 후방을 든든히 지켜 후배들에게 안정감을 줬다.

바로 이때 사령탑이 김학범 감독이다. 성적을 위해서 와일드카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과거 성남FC 시절 제자였던 황의조를 발탁해 의리 논란에 휘말렸던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황의조를 끝까지 믿었고, 결국 금메달이란 결과물을 냈다.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학범 감독은 와일드카드와 관련해 "(누구를 선택할지) 지금 대답하기는 곤란하다”며 “내가 와일드카드로 결정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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