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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 '발신제한' 조우진 "첫 단독 주연은 과정 중 하나, 들뜨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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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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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우진 데뷔 22년 만의 단독 주연. 영화 ‘발신제한’은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자명해진 그의 존재감은 주연의 자리에서 더 명확해졌다. 그럴수록 그는 자신을 다잡고, 배우로서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내 목표는 주연 배우가 아닌 좋은 배우”라고.

조우진은 ‘발신제한’ 개봉을 하루 앞둔 22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단두대 매치를 치르는 심경”이라고 심적 부담감을 털어놨던 그는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오히려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손을 떠났다는 생각을 하며 부담감을 내려놓고 있었다.

신스틸러로 유명했던 조우진이 원톱으로 이끌어가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는 도심 추격 스릴러. 조우진은 계속되는 범인의 협박 속에서 경찰에게 부산 도심 테러 용의자로 지목돼 추격을 받게 되고, 동시에 가족을 지켜야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는 연기를 했다. 앞서 언론에 먼저 영화를 공개되고 그에 대한 연기 호평이 이어졌다.

“엄청난 긴장감을 안고 촬영을 했었는데 이게 끝난 게 아니더라고요. 예고편이 공개되고, 홍보하고, 시사회도 치르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는데 정말 꿈만 같고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에요. 그 정도로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주셔서 감개무량하고요. 그 와중에도 스스로 들뜨지 않게, 너무 많이 흥분되지 않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대한 차분해지려고 하고 있죠. 지금 떠오르는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한 마디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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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진은 ‘발신제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감사한 기회라는 생각이었지만,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그려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민이 커져가고 있을 때 만난 김창주 감독은 조우진에게 강한 신뢰감을 보여줬고, 조우진은 김 감독의 열정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참 겁도 없죠? 제작진과 감독님의 열정에 덥석 손을 잡았어요. 그리고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사전 대본 리딩을 하면서 거쳤죠. 감독님께서 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셨다면, 저는 현장에 가지도 못하고 못 버텼을 거예요. 이 시점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 중 하나가 감독님입니다.”

성규 역은 러닝타임 내내 차 안에서 전화로 범인과 대치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은 많은 제약이 따르고, 이 때문에 배우의 힘이 중요하다. 그럴수록 조우진은 단순해지려고 했다. 상황에 적확한 감정과 적당한 농도와 밀도를 품고, 그대로 표현하려 했다.

“감독님과 ‘이 찰나, 이 테이크에 적당한 농도는 무엇일까?’라고 장면들을 조각조각 세분화시켜 상의했어요. 최대한 사전 대본 리딩을 많이 하면서 키워드를 하나씩 잡고 현장에서 그 키워드를 위해 우리가 무얼 표현하고 카메라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했죠. ‘어떻게 눈빛을 보여주고 어떻게 상반신을 돌려야 하지?’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제가 집중해서 표현했을 때 어떤 각도로든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발신제한’이 장르적 쾌감에만 집중하지 않고 ‘부성애’라는 감동 코드까지 더해진 건 조우진의 아이디어다. 사전 대본 리딩 과정에서 성규에게 몰입하게 된 조우진이 문득 뱉은 말이 대사로 이어졌다. 그는 성규라는 차가운 인물이 급박한 상황에 다다르며 가장 뜨거워지는 시점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이런 작품에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분석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시간도 없었어요. 그냥 ‘인간 조우진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컸죠. 제가 먼저 집중해야 보시는 분들도 몰입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우진이라는 사람을 제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감독님과 최근에 ‘영화관에서 즐길만한 작품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보는 분들에 따라 영화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오랜만에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즐기길 잘했다’는 영화적 미덕은 충분히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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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진은 1999년 연극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신스틸러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내부자들’ 조상무, ‘강철비’ 최명록, ‘도깨비’ 김비서, ‘미스터 션샤인’ 임관수 등 매 작품의 캐릭터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대중이 그를 기억하는 것도 제각각이다. 선 굵은 악역부터 코믹한 모습까지 상반되는 모습이 다양하게 있다.

“시나리오를 고를 때는 일단 제가 재밌고 흥미를 느껴야 해요. 납득이 가고 주어진 역할 속에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해보지 않았던 경험이나 처음 하는 역할이면 조금 더 도전의식이 생기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취향은 어둡고 농도 짙고 센 영화를 좋아해요. 전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어두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조커’ 같은 영화에 열광하잖아요. 저는 선한 사람, 악한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확실한 목표와 명분이 있는 것이라고 느낄 때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코미디 연기는 일단 어려워요. 웃기려고 들면 절대 안 돼요. 코미디언들과 다르게 배우는 일상 속에서 주는 케미와 상황을 코믹하게 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도 진정성이 담겨야 하는데, 재미도 주면서 진정성을 담는 건 어렵죠. 대학교 때 코미디 연극을 하다가 그런 배움이 있었는데, 그런 부담감은 지금도 똑같이 느끼고 있어요.”

수많은 작품을 거쳐 이 자리에 온 조우진은 최근 팬카페에 “1999년도 단돈 50만원 들고 서울 상경했던 저로서는 모두 기적이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목표는 주연 배우가 아닌, 좋은 배우였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런데 끝난 게 아니고 앞으로 더 버틸게 많고, 단지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니까 들뜨지 말고, 초심 잃지 말고, 더 나아가자는 생각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작품 속으로 녹아들게끔 하는 배우예요. 퍼포머와 관객들 사이의 소통을 불러일으키는 게 작품에서 담아낼 수 있는 큰 미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마다 자기만의 특성과 개성이 있는데, 저는 그런 것들을 쫓기보다는 저를 보는 분들이 편할 수 있게, 작품에 맞게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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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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