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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리 오르다는데…주담대 4억, 고정금리 갈아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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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기, 고금리 순으로 정리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축소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혼합형

기존 주담대는 수수료 따져

취약계층 대환상품에 주목

중앙일보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영끌ㆍ빚투족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출 상황별 똑똑하게 빚을 줄이는 방법을 살펴본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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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살 때 보태려고 지난해 말 신용대출 1억원을 낸 직장인 윤모(42)씨는 올 초에 주식계좌를 열고 네이버 등 3개 종목에 3000만원을 투자했다. 두 달 전부터는 암호화폐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관련 각종 뉴스가 쏟아지자 '빚투(빚내서 투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윤 씨는 “주식투자 규모를 1억원까지 늘리고 싶은데 대출금리가 오를까 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빚투'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매달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다. 대출 금리의 선행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연 1.351%로 연초(0.954%)보다 0.397%포인트 오르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현재(연 1.338%)도 1.33%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 대출 금리도 지난해 8월 저점을 찍고 상승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 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91%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 진입했다”며 “영끌 투자자는 대출 만기가 짧고, 카드론 등 대출 금리가 높은 상품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빚 다이어트’에 들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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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15개월 만에 최고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①신용대출 받아서 암호화폐 샀다면



다이어트를 할 때 무턱대고 살을 빼는 게 능사가 아니듯, 빚 다이어트를 할 때도 무작정 빚을 갚거나 대출 갈아타기를 했다간 손해를 볼 수 있다. 대출 상황별 똑똑하게 다이어트하는 요령을 살펴보자.

사례 속 윤씨처럼 올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열풍 속에 빚내서 투자에 뛰어든 사람이 많다. 주명희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 지점장은 “금리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을 때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며 “지금은 가계의 빚 규모를 점검하고, 줄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주 지점장은 “더욱이 각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암호화폐는 물론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당분간 줄여놓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 구매 자금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는 예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는 “각종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전만큼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며 “아파트 잔금 등 목돈이 단기간 필요한 경우에는 대출상환 계획을 무리하게 앞당기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②주택담보대출 받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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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시내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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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9)씨는 지난해 말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4억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았다. 33년 만기에 연 2.6% 변동금리형 상품이다. 당시에는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지 않을 듯해 이자비용이 낮은 변동금리를 택했지만, 시장금리가 들썩이니 불안해졌다. 김씨는 “연말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고정금리로 갈아탈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에 신규 대출자는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형보다 가입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 상품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김씨처럼 이미 변동금리형을 택했다면 혼합형(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정답은 아니다.

변수는 중도상환수수료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약정기간(3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를 1~1.5%가량 부담해야 한다. 자칫 배꼽(수수료)이 배(이자 절약분)보다 클 수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주담대 상품에 가입한 지 3년 가까이 됐고, 대출 만기가 3년 이상 장기간 남았을 때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연내 출시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도 고민해볼만하다. 5년간 대출 금리 상승 폭을 2%포인트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더라도 금리 상한선이 설정돼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③빚 갚을 여력이 없는 고금리 대출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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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낮은 다중채무자는 정부정책금융 등 대환대출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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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에 가장 약한 고리는 소득이 낮은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다. 빚 부담이 커지며 원금과 이자를 갚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 말~2019년 1분기)에 취약차주의 연체율(8.4%)은 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0.3%)에 변함이 없었던 비취약차주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처럼 빚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차주는 최대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급선무다. 눈여겨볼 상품은 다음달 7일 법정 최고금리(연 24%→20%) 인하 시행에 맞춰 금융당국이 하반기에 선보이는 대환상품(안전망 대출2)이다. 기존 연 20% 넘는 고금리 대출을 연 17~19% 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법정 최고금리 이전 연 20% 초과 고금리 대출을 1년 이상 이용 중인 저소득자와 저신용자(연 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 평점이 하위 20%)가 대상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맞춤대출 서비스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저소득자·저신용자에게 은행과 저축은행 등 제도권의 대출 상품 중 금리가 낮은 상품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다. 새희망홀씨와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까지 180여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 지난해 이뤄진 맞춤대출의 전체 평균 금리는 연 11.5%였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 정보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대환대출이나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적극적으로 갈아타서 이자 부담을 낮추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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