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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투수의 꿈' 이룬 김강민 "잠이 안 오더라…잊지 못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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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투수로 활동하다 부상에 내야수로 전향한 김강민

LG전서 투수로 등판해 145㎞ 강속구 투구 "꿈을 이룬 하루"

연합뉴스

웃는 김강민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SG 랜더스 김강민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프로 데뷔 후 첫 투수 등판 소감을 밝히다가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2021.6.23.cycle@yna.co.kr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꿈을 이룬 하루였습니다. 잠이 안 왔습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베테랑 야수 김강민(39)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

김강민은 23일 인천 SSG랜더스 필드에서 열리는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등판 상황에 관해 곱씹었다.

김강민은 "마운드에 한 번 서 보는 것이 꿈이었다"며 "신인드래프트에서 내야수로 지명된 뒤에도 투수로 뛰길 고집했던 것도 꿈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경기에선 마치 신인처럼 많이 떨렸다"며 "경기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강민은 전날 LG전 1-13으로 뒤진 9회초에 투수로 등판했다.

점수 차가 벌어지자 투수를 아끼기 위해 야수를 등판시킨 것인데, 이날 선발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김강민이 자청해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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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로 입단했던 김강민
[SK 와이번스 팬북 캡처. SSG 랜더스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김강민이 패전처리 투수를 자청한 건, 프로 무대에서 공을 던져보는 게 오래된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북고 1학년 때까지 투수로 활동하다가 손등뼈가 부러져 내야수로 전향했다.

이후 2001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김강민은 입단 후에도 투수의 꿈을 버리지 않았지만, 결국 마운드엔 서지 못했다.

그는 "처음엔 (투수 활동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나 스스로 인정할 만한 기량이 나오지 않더라"라며 "투수는 내 오래된 꿈이었다"고 말했다.

비록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김강민은 최선을 다했다.

그는 ⅔이닝 동안 1피안타(1홈런)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최고 구속 145㎞의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김강민은 "감독님이 다치면 안 된다고 강조하셔서 처음엔 약하게 던졌는데, 정주현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더라"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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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민의 경기구
SSG 랜더스 김강민이 2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던진 경기구. [SSG 랜더스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고참 김강민에게도 '꿈의 무대'는 설레고 떨렸다.

그는 "마운드에 서니 포수밖에 보이지 않더라"라며 "매우 떨려서 포수의 사인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파울 플라이를 유도한 뒤에도 로진을 잡고 있었다"며 "그만큼 떨고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어쨌든 김강민은 남은 이닝을 잘 소화했고, 관중들은 기립해서 박수를 보냈다.

김강민은 "이렇게 흥분된 상태에서 경기를 끝낸 건 처음인 것 같다"라며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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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SSG 김강민
2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LG 공격 1사 상황에서 SSG 외야수 김강민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꿈을 이룬 김강민은 이제 여한이 없다. 그는 '또 투수로 등판하고 싶은 마음이 없나'라는 말에 "어제 경기가 마지막이었다"라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투수 출신 추신수가 나가면 될 것 같다. 나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강민의 등판 배경에 관해 김원형 SSG 감독은 "어제 날씨가 안 좋고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는데도 관중들께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응원해주시더라"라며 "(김)강민이의 꿈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관중들께도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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