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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게임 브릿지] 게임화가 적용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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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게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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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의심하는 데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를 확립하는 것이 학문의 목적이다. 「후쿠자와 유키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부담을 느끼거나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에 접미사 ‘화(化)’를 결합한 ‘게임화’라는 용어가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임화는 재미를 바탕으로 경쟁과 보상이 있는 게임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게임처럼 만들어 운영하면 대상을 더 재미있고 오래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추구하는 본질과 관계없이 산업 측면, 또는 교육과 안전 같은 분야에 산적한 수많은 비즈니스 난제에 게임화를 적용하여 이를 기존의 방식과 방법으로 해소할 수 없었던 부분을 극복해 나간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산업의 발전은 물론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비용의 최소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게임화의 여러 요소 중 가장 큰 장점은 그 분야 자체가 대중이 보기에 게임화된 것임을 눈치채지도 못한다는 것에 있다. 실효성 있는 게임화가 적용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게임의 본질이 오락성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게임에는 오락의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인간의 본성에 대응하는 프로세스가 설계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플레이하게 만든다.

게임산업 자체가 세상의 중심을 향해 걸음을 시작한 지는 아직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십 년의 성과는 놀랍다.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을 찾고, 오래도록 플레이하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돈을 사용한다. 이는 수십 년간 축적된 게임 개발의 노하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게임이 인간의 심리와 행동 자체를 설계하고 가이드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서 그 바람에 상응하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모두가 아버지가 처음이고 어머니가 처음이니 당연하다. 아이 또한 그렇다. 나이를 먹고 스스로를 자각하고 나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여겨질 때도 있다.

얼마 전 TV 예능 프로에서 게임화를 통한 가정교육 사례를 목도했다. 가수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와 김형규 부부는 10대 아들에게 따로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집안일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돈으로 지급했다. 할 수 있는 집안 일에는 모두 가격이 매겨져 있고 이를 실행할 때마다 용돈이 아닌 노동의 대가가 지급됐다.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임무를 고르고 수행한 뒤, 보상을 받는 프로세스와 동일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단순하게 가사 노동을 통한 노동의 대가를 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아이와 소통하고 노동의 보상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지는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교육 절차상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많은 것이 발전하는 것을 보았다.

유치원에서 시작해 초중고의 수십 년에 걸친 생애 초반의 장기적 교육 과정에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노무에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새롭게 적용시키려면 지금과 같은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교육 커리큘럼에 게임화가 반영된 체감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

반장 및 학생회장을 통한 정치 체계의 체험 같은 최소한의 장치는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체계적인 교육은 각 가정에 모든 책임이 부여되어 있다. 게임화를 통해 이런 부분에 명확하고 증명된 방식의 가이드를 줘야 한다. 사는 데 필요한 금융 및 노동에 관련된 교육이 없는 현실 속에서 앞으로 이런 교육 과정을 구축하려면 게임화를 적용한 효율적 교육이 필수다.

아이들이 스스로 궁금해하고 그 과정에서 올바른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다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이 과정 자체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실패를 반복해도 그런 재도전의 과정은 각 개인의 인생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임은 수없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이것을 적용할 수 있는 게임화 프로세스를 미래의 교육에도 곳곳에 심어 나가자는 것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축복과 고난을 동시에 받고 자라났다. 육체적 • 정신적으로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성인 이후의 삶에서 더 불공평하고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현실은 남녀 구분 없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공정한 보상과 명확한 프로세스가 적용된 게임들이 사랑을 받는다. 교육에 게임화를 체계적으로 접목해 나간다면 모든 아이들이 종류에 상관없이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즐겁게 학습하는 세상을 보는 것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글쓴이 : 석주원 한국게임화연구원 소장

[게임 브릿지: G-Bridge]는 게임인들의 외고로 꾸며지는 코너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코너에 게재를 원하거나 의견을 개진하실 게임인은 run@mkinternet.com으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이번 글은 석주원 한국게임화연구원 소장이 보내 주셨습니다.

[이창희 게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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