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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만원 돌려받자고 10만원 쓰겠나"...부자만 좋은 카드 캐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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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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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정부가 하반기 소비진작을 위해 추진하는 '신용카드 캐시백(환급)' 정책의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환급을 받기 위해 추가로 소비할 사람이 많지 않아 내수부양이란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큰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23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신용카드 캐시백 사업의 세부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막판 조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용카드 캐시백이란 하반기 중 신용카드 사용액을 종전보다 늘릴 경우 여기에 비례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캐시백은 직접 현금 지원은 아니지만 소비를 통해 2분기 대비 3분기 증가분에 대해 현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은 소비 촉진 차원에서 신용카드 캐시백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국민들에게 공짜 돈을 쥐어주는 게 아니라 돈을 쓴 만큼 혜택을 주는 방식이어서 이를 위해 당초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카드 캐시백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추가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신용카드 캐시백은 '할인'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추가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보다 원래 계획했던 소비를 통해 캐시백 혜택만 받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도 "10만원을 환급받자고 신용카드를 100만원 어치 더 긁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캐시백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혹 캐시백 혜택을 보고 계획에 없던 소비에 나설 순 있지만, 이 경우 식료품과 같은 '필수재'보다는 명품가방 등 '사치재'를 소비하기가 쉬워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치재는 수요의 소득탄력성(소득 변화에 따른 수요 변화의 정도)이 1보다 큰 재화로 정의되는데, 이는 소득 변화에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국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캐시백 혜택의 상한선, 업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주로 TV, 명품백 등 고가의 제품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의 목적 중 하나가 소상공인 지원이라면 차라리 해당 재원을 캐시백 대신 재난지원금에 투입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캐시백이 소비에 비례해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다는 문제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고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같은 재원이라면 차라리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고 종합소득세를 통해 고소득층에게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혜택이 집중되는 고소득층의 경우 대개 저소득층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낮아 혜택을 본 만큼 소비를 늘리는 효과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로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성태윤 교수는 "신용카드 캐시백은 세금을 걷어서 고소득층에 할인 혜택을 주는 개념"이라며 "투입하는 예산 대비 소비 촉진 효과는 낮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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