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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똑같이 자회사 IPO…카카오 오르고, LG화학은 내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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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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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기업공개) 호황을 맞아 자회사 수혜를 받는 모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회사는 자회사의 상장 및 분할로 오히려 주가 급락을 겪으며 대조되는 상황이다.

23일 카카오는 전일 대비 1만500원(6.60%) 오른 16만95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37.8% 올랐다. 현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75조2461억원으로, 지난 1일(56조3699억원) 대비 2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NAVER와 LG화학을 제치고 코스피 시총 3위에 안착했다.

카카오의 가파른 성장세의 배경으로는 상장을 앞둔 자회사 IPO가 꼽힌다. 앞서 지난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했고, 카카오페이도 이달 중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의 합산 기업가치는 30조~35조원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뿐만이 아니다. 최근 IPO 시장 호황으로 계열사 상장이 잇따르면서 덕분에 모회사 주가도 덩달아 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100% 자회사인 KTB네트워크의 IPO 추진 소식에 올해 들어서만 139% 급등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는 기업가치 7000억대를 기준으로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TB투자증권의 현 시총(4602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에스엠은 자회사 디어유가 IPO에 착수하면서 이달 들어 27% 넘게 올랐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 기업 디어유는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인적 분할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이날까지 11% 이상 뛰었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 이후 6대 4 비율로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나뉘는데, 신설회사는 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의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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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LG화학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02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한 수치로,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57.8% 늘었다. 이번 영업이익은 석유화학·배터리·첨단소재·생명과학 등 전 사업본부에서 고른 실적 호조세를 보인 결과로 추정된다. 사진은 12일 LG화학 본사가 입주해있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2020.10.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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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회사 상장 이슈가 항상 모회사에 호재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LG화학은 물적분할 및 신설법인(LG에너지솔루션)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소액주주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70만원대였던 LG화학 주가는 9월 말 60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거센 항의에 LG화학은 배당성향 30% 이상, 오는 2022년까지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 현금배당 추진 등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다가오면서 LG화학은 또다시 후폭풍을 맞았다. 지난달 말 글로벌 투자은행 CS(크레디트스위스)가 지주사 할인을 이유로 투자의견 '매도(Underperform)'를 제시해 하루 만에 시총 4조원이 증발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만도도 비슷하다. 만도는 지난 9일 자율주행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하며 항의를 겪었다. 만도 측은 신설 법인의 상장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IPO 추진 등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물적분할 발표 다음날 만도 주가는 11% 이상 급락했다.

이러한 차이는 유망 사업부의 분할 여부에 달린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나 만도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잘 나가던 사업부를 떼어내다보니 주주들 입장에서 불만이 생긴 것"이라며 "카카오는 기존 사업을 분리한 게 아니라, 원래 별도 법인으로 있던 회사가 상장하면서 지분 가치 상승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더 키우려면 신규 투자가 필요한데, 기존 화학 사업부와 함께 있을 때보다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해 투자 유치하는 것이 더 쉽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신규 자금 유입을 고려해 물적 분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모회사의 '자회사 수혜'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사업부의 상장 소식에 모회사의 주가가 오르지만, 막상 IPO를 2주~한달 가량 앞두고부터는 주가가 빠지기 시작한다"며 "이 패턴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사이즈 비율에 영향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케미칼은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심사청구를 한 뒤 고점까지 9% 올랐지만, 상장 31영업일 전부터 주가가 하락해 상장일까지 35% 빠졌다. SK는 SK바이오팜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2주 전부터 상장일까지 7~12% 하락했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상장예정일은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며 "카카오의 주가 상승이 2주 정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연이은 자회사 상장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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