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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동성 위기’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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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 5년 만의 신용등급 강등에···주가·채권 '곤두박질'

中공산당 100주년에 금융 리스크 터질라···대출 꺼리는 은행권

채권 발행 어려워···은행대출·신탁상품에 의존해 자금 마련

아주경제

중국 헝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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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그룹 유동성 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채를 갚기 위해 연일 자산을 내다팔고 있지만, 일부 은행에선 금융 리스크 우려로 헝다그룹에 대한 대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재무 건전성 우려가 증폭되며 헝다그룹 신용등급도 결국 강등됐다. 후폭풍으로 주가, 채권은 곤두박질쳤다.
◆ 'B+→B' 5년 만의 신용등급 강등에···주가·채권 '곤두박질'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2일(현지시각) 헝다그룹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유에 대해 피치는 “헝다그룹의 사업 축소와 부채 줄이기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헝다가 계획대로 부채를 감축할 것으로 믿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해 중기적으로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헝다그룹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탁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은 시장에 곧바로 몰아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 만기의 헝다그룹 달러채는 투자자 매도세가 이어지며 22일(현지시각) 달러당 2.6센트 하락한 70.7센트로 곤두박질쳐 약 2주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헝다그룹이 발행한 역외 달러채만 200억 달러(약 22조7000억원)어치가 넘는다. 헝다는 중국기업 중 달러채를 가장 많이 발행한 기업 중 하나다.

주가도 고꾸라졌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오전장에서만 헝다그룹 주가는 3%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동성 위기 속 주가는 최근 한달새에만 15% 넘게 폭락한 상태다. 헝다자동차, 헝다물업 등 나머지 헝다그룹 계열사 주가도 한달새 누적 낙폭이 약 30%에 달하고 있다.
◆ 中공산당 100주년에 금융 리스크 터질라···대출 꺼리는 은행권

금융 리스크 우려가 커지자 은행들은 헝다그룹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을 꺼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 3개 은행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헝다그룹 대출채권을 재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은행 3곳이 헝다그룹에 빌려준 금액만 약 460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헝다그룹에 대한 신규 대출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내달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금융시스템에 불안을 초래하는 걸 막기 위해 헝다그룹에 대한 대출 고삐를 조이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다만 헝다그룹은 이런 사실을 부인하며 은행과 거래는 매우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실 헝다그룹을 둘러싼 부채 위기설이 그동안 끊이질 않으며 중국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로 여겨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은행 대출, 채권, 주택계약금 등을 포함한 헝다그룹의 총 부채액은 지난해말 기준 1조9500억 위안(약 34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77%는 1년 이내 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중국 '배드뱅크'인 화룽자산관리공사가 부실경영으로 중국 금융 리스크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금융당국은 헝다그룹의 주요 채권자에게 부채 관련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 채권 발행 어려워···은행대출·신탁상품에 의존해 자금 마련

헝다는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유동성 위기 속 지난해부터 사실상 달러채 추가 발행도 멈춘 상태다.

대신 그동안 은행대출과 신탁상품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은행대출과 신탁상품이 올해 만기 도래하는 3355억 위안 부채 중 81%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을 때도 헝다는 국유기업 투자자의 도움으로 간신히 회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헝다는 연일 보유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산하 인터넷서비스 운영업체 헝텅네트워크 지분 8%를 내다팔아 44억3200만 위안을 현금화했다. 21일에도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업체 자카이청(嘉凱城) 지분 29.9%도 내다팔았다.

사실 헝다그룹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에 제시한 3개 레드라인도 아직 맞추지 못한 상황이다.

3개 레드라인은 △오는 6월말까지 순부채율을 100% 이하로 낮추고 △올해 말까지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을 1배 이상으로 늘리고 △내년 말까지 선수금 제외한 자산부채율을 70% 이하까지 낮추는 것이다.

다만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이달 말까지 헝다그룹 부채가 6000억 위안 이하로 줄면서 3개 레드라인 중 한 가지 조건은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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