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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0대 노원 40대 강남 영끌…정부 대책 비웃듯 재건축 아파트값 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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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노원구 아파트 단지 모습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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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집망'(이번 생에서는 집 장만이 불가능) 탈출에 목매는 3040세대가 재건축 아파트 매입에 적극 나서며서 서울 집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발(發)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정비사업 추진 단지의 조합원 자격을 강화하는 강경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탓이다.

재건축 단지에 대한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축), 빚투(빚을 내 투자)는 30~40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30대는 중저가 재건축 호재가 있는 노원 지역을, 30대 보다 자금사정이 나은 40대는 강남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값은 0.25% 올라 서울에서 상승률 수위를 달렸다. 서초구는 0.19%, 송파구는 0.16%, 강남구와 마포구, 동작구는 각각 0.15% 상승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지역 평균 가격 상승률(0.12%)을 크게 웃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약속한 이른 바 '오세훈 프리미엄' 혜택을 본 지역들이다.

노원구는 압구정·여의도·목동 등과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서 제외된 데다 재건축 단지 가격도 싸다는 점에 영끌 빚투 매수세가 몰리며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됐다. 지난달 기준 노원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660만원으로 서울지역 평균(9억1712만원)에 비해 4억원가량 낮다.

올해 아파트 매수도 작년과 같이 30~40대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 1∼4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2만69건) 중 30대 매입 비율은 36.6%(7358건), 40대는 26.6%(5340건)였다. 30대가 노원구를 중심으로 매수를 주도하고 있지만,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강동구·양천구 등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40대의 매수세가 강했다.

30대의 대다수가 시드머니(종잣돈)가 적어 빚을 내거나 전세를 끼고 매입할 수 있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호재가 있는 아파트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노원 등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이 이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은 경고 '3040 영끌·빚투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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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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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금융 불균형 현상이 코로나 19 이전 대비 더 심각해져 자칫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대내외 충격을 받을 경우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3040세대들의 부동산 '영끌', '빚투'가 채무를 가중시키는 잘못된 결정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현재 한국의 금융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미래 주택가격 상승률의 조건부 분포를 추정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불균형 누증에 따른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가 작년 1분기 이후 크게 확대됐다. 요인별 기여도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수준이 높아진 점, 중장기적으로는 누적된 신용 레버리지가 하방 압력으로 주로 작용했다.

한은은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선호 성향이 강화된 가운데, 일부 자산 가격은 고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택가격은 장기 추세와 소득 대비 비율(PIR) 등 주요 통계지표를 보면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의 비주택 담보대출도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 상호금융 비주택 담보대출은 2019년에 7.7% 늘어난 데 비해 작년에는 13.5% 증가했다. 한은은 "2017년 이후 비주담대 증가액의 87%가 기업대출이고, 부동산·건설업, 시설자금 대출이 많다"며 "부동산 개발·임대 관련 투자 수요가 비주담대 증가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거품은 금리 인상, 금융 위기 등 대내외적 요인에 따라 얼마든지 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보다도 자산 시장이 과열되어 있고 과열 배경에는 저금리 기조와 과잉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며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펀더멘털에 이상이 생기든 금리가 급격히 오르든 거품이 꺼지게 되면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이어 "전셋값 대비 집값 상승률,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난 점, 경제 소득 증가율에서 집값 상승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과도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집값 거품이 상당히 쌓여 있다고 보여진다"며 "이 거품은 언제든지 꺼질 수 있고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부동산 폭락에 대비하는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3040세대의 재건축 단지 매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준공된지 30년이 넘어 노후됐지만, 재건축 단지들은 교통, 교육, 문화 등 기반시설이 뛰어나 택지가 없는 서울 도심에서 살고 싶은 3040세대의 관심이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가점 위주의 분양시장에서 젊은층이 설 땅이 없다는 점도 재건축으로 쏠리는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설사 현금 동원력이 있다고 해도 가점이 낮은 3040세대는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언젠가 재건축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치나 프리미엄이 다른 자산보다 크다는 생각에서 재건축단지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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