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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Why]‘주가 반토막’ SK케미칼…전운 감도는 동학개미 vs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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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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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개인투자자들인 동학개미와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이 반 토막 난 SK케미칼의 주가를 두고 충돌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데도 국민연금의 석연찮은 과매도로 주가가 폭락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주식거래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23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SK케미칼 소액주주들은 지난 1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국민연금을 상대로 정보공개 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행정심판은 위법·부당한 행정 행위로 인해 권익을 침해당한 경우에 행정기관이 이를 심리하고 판결하는 절차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국민연금의 이해하기 힘든 과매도로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는 SK케미칼과 국민연금 간 유착 또는 공모로 의심된다”며 “소액주주들은 주가 폭락 이후 회사와 소통을 시도했지만 거부당했고, 회사 측은 입을 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본적인 주주권리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SK케미칼은 주주와의 소통을 통해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SK케미칼에 따르면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이후 IR 팀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앞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간 총 1930억원에 달하는 SK케미칼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2950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10.13%(지난해 말 기준)였던 국민연금의 SK케미칼 지분율은 4.57%(3월 말 기준)로 5.56%p나 급감했다.

큰 손인 국민연금이 보유물량을 팔아치우면서 주가는 힘을 잃었다. 지난 2월 3일 46만2500원에 마감했던 SK케미칼은 2개월 만에 25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기금운용원칙에 위배되는 국민연금의 과매도로 45.9%나 급락했다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다. SK케미칼은 지난 22일에도 26만5500원에 마감하는 등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수익성, 공공성, 안정성, 유동성, 운용 독립성 등 5가지의 기금운용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SK케미칼의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이 공공성과 유동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주식을 무리하게 매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SK케미칼의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 과정에서 부당한 행위가 없었는지 확인하고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공개를 원하는 행정정보는 SK케미칼 주식의 운용 주체, 집중 매도의 근거자료, 준법감시인의 역할수행 여부 등이다.

개인투자자들은 SK케미칼이 국민연금과 담합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일가가 주식을 저가 매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 부회장의 아들 최민근 씨와 조카 최영근 씨(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장남)는 지난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국민연금의 과매도로 급락한 SK디스커버리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는 최 부회장(37.54%)이고, SK케미칼의 최대주주는 SK디스커버리(33.45%)다.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데도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SK케미칼은 올 1분기 매출(3788억원)과 영업이익(730억원) 모두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810.6%씩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952억원)도 전년 대비 18.5%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케미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동일업종(23배)보다 훨씬 낮은 12배로 ‘저평가’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현재 SK케미칼의 시가총액(3조원)에서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조9000억원 수준이지만 SK바사의 시총은 11조5000억원에 이른다. SK케미칼이 가진 SK바사의 지분가치가 80% 가량 할인돼 있는 셈이다.

한편 SK케미칼 측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시스템 매도했을 뿐,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비중을 조정하기 위해 SK케미칼의 주식을 단순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국민연금은 SK케미칼 이외에도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 등 다양한 대기업들의 주식을 매도했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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