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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쿠팡 물류센터 화재...초기대응+내연성 소재가 더 큰 피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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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기자]

테크M

/사진=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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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안타까운 희생자가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화재 신고와 근로자 대피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248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던 것은 물류센터 측의 빠른 초기 대응과 내연성 소재를 사용한 것이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창고시설 화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총 2만8200여개 창고에서 82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기간 사망자는 46명, 부상자는 56명으로 집계 됐다. 그러나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의 경우, 규모가 상당했음에도 인명 피해가 적었다. 신속한 대피와 초기대응, 내연성 소재로 건물을 지은 점 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코리아2000·용인 SCL 참사 면했다...신속 대응으로 피해 줄여

쿠팡 덕평물류센터 내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17일 오전 5시경으로, 소방인력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은 오전 5시41분께다. 1차 소방인력이 도착했을 당시 이미 근무자 248명 전원은 거의 대피를 완료한 상태였다.

최초 신고가 이뤄진 시점이나 화재 신고를 회사 측이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남아 있다. 특히 대피 훈련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대피훈련이 신속한 대피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화재 발생 시점이 교대시간과 겹치는 행운도 뒤따랐다. 야간 근무자 상당수가 퇴근을 한 상태였고 남아 있던 직원들도 퇴근 준비를 하던 시점이라 더욱 신속한 대피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쿠팡 측의 침착한 초기대응 덕분에 대형 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사상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과거 물류창고 화재와 비교할 때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08년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고는 근무자 40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지난해 4월 이천에서 발행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의 경우 38명이 사망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와 규모가 비슷한 용인 SLC 물류센터의 지난해 7월 화재의 경우에도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내연성 소재 덕에 화재 급속 확산 막았다

관련업계에선 이번 사태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적었던 이유로 타 물류센터와 달리 내연성 소재를 사용한 점을 꼽는다.

사상자가 많았던 앞선 물류센터 화재의 경우 가연성 소재인 우레탄폼이 충전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 화재가 급히 확산됐고 이로 인해 희생자가 많았다. 특히 38명의 사망자를 낸 물류센터 화재는 공사 현장에서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작업이 화재 원인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반면 쿠팡은 우레탄폼이 아닌 내연성 자재인 '글라스울'을 사용했다. 내연성 자재를 사용한 덕분에 화재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을 막았고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쿠팡은 지난 1년 간 안전전문 인력 약 700여명을 추가로 고용했으며, 안전 관리를 위해 2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쿠팡 관계자는 "덕평물류센터는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전문 소방업체에 의뢰해 상반기 정밀점검을 완료했다"며 "소방 안전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개선 사항을 모두 이행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기업 안전 투자 의지 퇴색되면 안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쿠팡은 안전관리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물류센터 설계 과정부터 내연성 자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에 대해 어느 기업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고 예방과 대피 등에서 쿠팡의 대처는 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안전 예방 노력에 대한 불신이 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쿠팡이 수백억원을 투자해왔지만 사고 원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 책임을 떠안고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힐 경우 기업들의 안전 투자 의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기업이 그동안 해온 예방 노력은 고려하지 않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 '악마화'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는 '예방 노력을 할 필요 없다'는 인식을 주는 등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를 교훈 삼아 안전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앞으로 1조원을 투자해 부산과 전북, 경남, 충북 등에 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물류센터 안전에 더 투자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이 마저도 충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만큼 앞으로 건립될 물류센터에 관련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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