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쫓기지 마라" 아버지 유언에 LG 투수 임찬규가 변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우완 투수 임찬규(29)는 아쉬운 선수다. 2011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기대가 컸다. 뽀얀 피부에 순하게 생겼지만 마운드 위에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져 LG 팬들을 설레게 했다.

중앙일보

22일 오후 인천SSG 랜더스필드(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선발 임찬규가 역투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쑥쑥 성장하지는 못했다. 2013년 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구속이 시속 140㎞도 나오지 못하면서 에이스로 도약하지 못했다. 강속구 투수는 강속구에 미련이 많다. 임찬규도 강속구를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매 등판 꾸준한 투구를 못 하고 기복이 심했다. 한 경기 잘하면 한 경기 무너지면서 마운드를 압도하지 못했다.

투구폼 교정 이후 평균 시속 140㎞까진 올렸다. 2018년에는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11승)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5.77로 높았다. 그때까지 강속구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그런 임찬규가 지난해에는 그 미련도 털어내고 기교파 투수가 되기로 했다. 제구에 집중했고,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활용하면서 10승을 기록했다. LG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였다. 평균자책점은 4.08로 2년 전보다 더 낮아졌다. 연봉도 1억3500만원에서 2억2000만으로 크게 올랐다.

임찬규에게 이제는 'LG 국내 선발투수 중 가장 잘 던지는' 수식어가 어울려 보였다. 그런데 다시 기복이 심해졌다. 지난 4월 두 차례 선발 등판해 모두 조기 강판했다. 그는 2패 평균자책점은 무려 21.21였다. 어깨 염증까지 겹치면서 지난 4월 25일 2군으로 내려갔다. 설상가상 지난 5월 19일 암 투병을 하고 있던 아버지 임영일 씨를 떠나보냈다. 심신이 모두 지칠 만했다. 언제 1군에 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임찬규는 22일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에서 두 달여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7이닝 동안 1홈런을 포함해 2안타만 내주고 1실점으로 역투하며 올 시즌 첫 승리를 챙겼다. 신기한 것은 평균 시속 138㎞에 머물렀던 직구가 최고 시속 147㎞, 평균 시속 142㎞로 빨라진 것이었다. 우리 나이 30세. 신체 나이를 고려하면 이제 구속이 빨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임찬규는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고 했다. 그는 "(구속이 오른 이유를) 모르겠다. 상을 치르고 훈련했는데 저절로 구속이 올라왔다"고 표현했다. 아버지 임 씨가 남긴 유언은 이랬다. '쫓기지 말고 즐겁게 행복하게 야구하라'. 임찬규는 매 순간 강속구를 던져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지난 시즌 잘하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을 터였다. 아버지의 유언을 듣고서야 임찬규는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었을까. 그는 "이제 재밌게 행복하게 야구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임찬규가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