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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도 집값 급등 '역대 최고치'로…더 어려워진 내집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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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공급부족에 거래는 감소…유럽도 비슷한 모습 나와]

머니투데이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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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주택가격이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급 부족에 수요를 자극한 저금리가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 일부에서도 집값이 기록적으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5월 거래된 미국 기존주택 중위가격이 35만3000달러(약 3억9000만원)를 기록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집계 가격이 35만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약 24% 높은 수준으로 연 상승률 역시 NAR가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유럽 일부 국가들도 유사한 추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주택 시장 역시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라고 전했다. 네덜란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지난달 기존주택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12.9% 오르며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집계에 따르면 스웨덴, 덴마크의 주택가격의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도 15%를 훌쩍 넘겼다.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주택 매매 건수는 줄었다. 미국의 5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4월 대비 0.9% 줄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5월 네덜란드 주거용 부동산 거래 역시 1만6126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12.1% 감소했다.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지만 매매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걸 의미한다고 FT는 짚었다. WSJ도 미 부동산 에이전트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이 거래 감소 원인을 수요 대비 충분한 주택이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5월 미국 주택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은 팔리는 데 17일이 걸렸는데, 이는 4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상 가장 짧은 시간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해 여름 이후 급격히 상승해왔다. 기본적으로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락다운(봉쇄)이 완화되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재택 근무가 증가하면서 덜 비싼 지역으로 이사하는 이들이 증가한 데 따른 주택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앞다퉈 펼치며 떨어진 금리 역시 주택 매입 수요를 늘렸다.


월가의 주택 투자 비율 증가도 원인 중 하나

그러나 주택 가격 급등과 수급 불균형으로 현금이 부족하거나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가구의 주택 구입이 어려워지는 데 대한 우려도 부각된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이들로 인해 집을 살 수 없어 좌절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WSJ가 소개한 애리조나 길버트에 사는 제이크, 벨렌 마크햄 부부도 그런 경우다. 이들은 올해 봄 두 차례 주택을 구매하려다 실패하고 대신 아파트에 세를 들어 살기로 했다. 제이크 마크햄은 "우리는 우리가 그 가격대에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우리의 최선은 돈을 계속해서 저축하는 것"이라 했다.

WSJ는 주택 시장 과열이 생애 첫 주택 구입자나 소득이 더 적은 이들을 특히 더 어렵게 하고 있지만, 고가의 주택 가격은 거래가 늘었다는 점도 짚었다. NAR에 따르면 지난달 100만달러 이상의 주택 판매는 전년동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주택시장 접근성에 격차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도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데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최근 집값이 "역사적으로 높아진" 수준이며, 재무적 투자자들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이 늘어났다는 점을 경고했다. 월가와 대형 투자회사들은 주택을 매입해 이를 렌트하는 방식으로 미국 주택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를 늘리는 추세인데, 이런 투자는 집값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미국의 블랙스톤은 22일 주택 임대회사 홈 파트너스 오브 아메리카를 6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택 가격이 추가 상승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주택시장의 매매 감소가 주택 가격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도 본다. 이안 셰퍼드슨 펜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FT에 "거래 감소와 재고 증가는 주택 가격의 극단적 상승 압력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 중앙은행들의 '돈풀기'로 집값이 더 오를 거란 관측이다 애덤 슬레이터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완화적 통화 조건이 자산 가격을 더 높게 끌어 올릴 것"이라며 "급격한 조정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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