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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타이거맘 교수, 학생들과 술파티? 美 예일대 로스쿨 찬반 두쪽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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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로스쿨이 스타 교수이자 강한 자녀 훈육(訓育)방식으로 유명한 ‘타이거 맘(tiger mom)’ 에이미 추아 교수(58)가 작년 겨울 코로나 팬데믹 중에 자신의 집에서 학생들과 술을 마시며 벌였다는 ‘디너파티 게이트’로 시끄럽다. 이 사건을 보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들과 학생들의 ‘비난’과 ‘옹호’ 시각도 반으로 쪼개졌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폭스뉴스, 뉴요커등 미국의 굵직한 매체들이 이 사건을 특집으로 다뤘다.

예일대 로스쿨은 하버드대와 더불어, 미국 로스쿨의 ‘투 톱(two top)’을 이룬다. 연방대법관 8명 중 4명이 예일 로스쿨 출신이고, 학풍은 보다 학구적, 철학적이며 미국 지성계의 최고 기득권 집단이기도 하다. 그런 예일대 로스쿨에 중국계스타 여교수가 일으킨 논란에 미 언론이 이토록 주목하는 것은 이 ‘디너게이트 파티’에 대한 학내 반응이 성(性)과 이념, 인종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진 현(現) 미국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 학생들 “추아 교수, 학생들과 술파티…멘토링 권한 박탈해야” 진정

지난 3월26일 예일대 로스쿨의 일부 학생이 로스쿨 학장인 헤더 거켄(Gerken)에게 “추아 교수가 코로나 팬데믹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지난 겨울 멘토링하는 학생 여럿과 연방 판사들을 집으로 초청해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디너 파티를 했다”는 진성서를 냈다. 예일대 로스쿨은 1학년 첫 학기에 15명 안팎의 학생들을 교수에게 배정해 멘토링을 받게 한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학교 안팎의 학생 지도가 엄격히 통제된 상황이었다. 학생들은 “교수가 집에서 학생들과 술 파티를 했으니, 멘토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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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로스쿨의 '파워 브로커'이자 스타 교수 부부인 에이미 추와 제드 루벤펠드 교수. 성추행 의혹과 파격적인 주장으로, 이들은 미 지성의 최고 전당을 자부하는 예일대 로스쿨에서 종종 논란을 일으켰다./NBC 유니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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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 교수와 남편 제드 루벤펠드(62) 교수는 예일대 로스쿨의 스타 교수 커플이며, 실제로 이 부부의 집은 평소 법학자들과 판사들, 저술가들이 어울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 진정서대로라면, 추아 교수는 “교수가 학교 지침을 어기고 학생들과 사적인 술‧디너 파티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로스쿨 학장은 추아에게 멘토링 권한 박탈

예일대 로스쿨 학장인 헤더 거켄은 헌법과 선거법의 최고 권위자로, 추아와는 다른 차원의 스타 교수다. 그는 추아와 화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추아의 봄 학기 멘토링 권한을 박탈했다. 그러나 추아는 “집에 두 명의 멘티를 초청해, 창문 열고 떨어져 앉아 고민을 들어준 것은 맞지만, 술도 식사도 연방 판사들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추아 교수를 학교 측에 고발한 학생들도 일방적인 주장 외에,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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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거켄 예일대 로스쿨 학장/예일대 로스쿨


이 탓에, 거켄 학장이 4월21일 교수 회의에서 추아의 ‘불미스러운’ 행동을 거론하며 멘토링 박탈 처분을 밝히자, 일부 교수들은 “증거가 어디 있느냐” “학생들 간 고자질을 부추기느냐” “지금 미국이 애들이 부모랑 형제를 고발하는 1953년 모스크바냐”로 반발했다.

◇ 대학‧미국 사회도 이념‧인종 따라 찬반 갈려

추아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알려지면서, 예일대 로스쿨 학생들과 교수들은 물론, 미국 사회의 유명인사들 간에도 추아 교수에 대한 응원과 비판이 갈린다.

2018년 추아가 예일대 동문인 브렛 캐버너 연방항소판사의 대법관 지명자를 성추문 의혹 속에서도 지지한 것을 들어, #미투(MeToo) 운동 측은 추아의 ‘술 파티’를 비난한다. 뉴요커와 뉴욕타임스는 추아에 대한 비난에는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적 시각, ‘튀는 것’을 멀리하고 끼리끼리의 ‘종족주의(tribalism)’, 다른 부류를 거부하는 ‘캔슬 문화(cancel culture)’, 학생들이 교수를 공격하고 서로 고자질하는 엘리트 대학의 문화가 배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출신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니알 퍼거슨은 “사회적 이슈에 깨어났다(woke)는 학계가 자신들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소수파 교수에게 독설(毒舌)을 날리는 것”이라고 했다.

◇ 남편은 ‘성추행’…추아는 “미 지성계 불편한 존재”

문제는 추아‧루벤펠드 부부 교수가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고상한’ 예일대 로스쿨에서 이전부터 튀는 행동과 주장으로,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헌법학자인 남편 루벤펠드는 2019년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성추행 사건으로 무급(無給) 정직 처분을 받아, 지금도 강의를 하지 못 한다. 그는 “성폭력에서도 피해자가 노(no)라고 말했다고, 무조건 강간이 될 수는 없다”는 지론을 편다.

학교 당국은 당시 루벤펠드 교수의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면서, 추아 교수도 학생들과 “빈번하게 과도한 음주를 한 사실”을 발견했다. 추아는 그때 “가까운 장래에는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하지 않고 밖에서 어울려 술 마시지 않겠다”고 학교에 서약했다. 거켄 학장은 추아가 디너파티 게이트로 이 서약서를 위반했다고 했지만, 추아는 “지금 내게 쏟아지는 비난엔 일점의 진실도 없다(zero truth)”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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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7일자 뉴욕 매거진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 실린, 추아 교수가 자신의 집 앞에서 찍은 사진/뉴욕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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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 교수도 매스컴의 주목을 즐기며, ‘파격적인’ 의상과 사진 촬영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 언론인 데이비드 프럼은 “추아는 미 지성계에선 불편한 존재”라며 “다른 사람들은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 접근하고 경고음이 나면 ‘아, 미안, 이건 금기인가요?”라고 웃으며 묻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

추아‧루벤펠드 교수 부부는 2014년에도 미국에서 유대계‧인도계‧중국계‧쿠바계 등 8개 인종이 특별히 성공하는 이유를 분석한 책 ‘트리플 패키지(The Triple Package)’을 써 ‘인종차별주의’ 논란을 일으켰다. 추아는 중국계, 루벤펠드는 유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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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맘의 군가(battle hymn)'과, 특정 인종의 성공적 요인을 다룬 책 '트리플 패키지'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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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는 또 브렛 캐버너(현 연방대법관)의 연구관(로클럭‧law clerk)을 꿈꾸는 여학생들에겐 “캐버너가 좋아하는 외모가 있다” “그의 로클럭은 모두 모델처럼 생겼다”며 의상을 어떻게 화려하게 입어야 하는지 조언해, 페니미니스트들의 비난을 샀다.

◇추아 교수, 소수계 출신 학생들 각별히 관심 기울여

추아는 그러나 가난한 집안의 흑인이나 아시아계 등 소수계 학생들을 특별히 관심을 갖고 멘토링하면서, 자신의 엄청난 네트워크를 이용해 연방대법관이나 항소법원 판사들의 연구관으로 일할 수 있게 했다. 캐버너의 연구관으로도 자신의 딸과 여러 제자를 보냈다.

친(親)추아 진영 학생들은 “추아가 유색인종, 집안에서 처음 전문직이 되는 학생들, 주립대 출신들, 외국학생들을 매우 따듯하게 지도했다”고 말한다. 모두 67명의 학생-교수-교직원들이 추아를 지지하는 편지를 학교 측에 보냈다. 국내에도 번역된 ‘힐빌리의 노래’를 쓴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J D 밴스도 책에서 “애팔래치아 산맥의 시골 출신인 나에게 추아 교수는 진심으로 대해줬다”고 감사한 바 있다.

반면에, 예일대 교수들과 재학생 중 반(反)추아진영은 추아‧루벤펠드 교수 부부가 로스쿨과 미 법조계에서 “전화 한 통화로” 행사하는 과도한 영향력을 비판한다.

추아는 “교수진 중의 유일한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다른 교수였더라도 이처럼 부당하게 대우받았을까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과거에 ‘타이거 맘’을 지지한 책과 ‘인종주의’ 논란을 일으킨 책을 썼을 때, 캐버너 대법관 지명자를 지지했을 때와 지금의 싸움은 다르다고 말한다. ‘디너파티 게이트’의 공격은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예일대 로스쿨 학생들과 교수진이 편이 갈려 자신에게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싸움이 가장 외롭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에 말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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