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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바이러스와의 사투...‘화학기술’은 내일을 위한 열쇠 [미래산업 플러스-인류 위해...멈춤 없는 백신 개발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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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 경고

B.C 3000년 천연두 창궐 사망자 10억명

14세기 유럽, 흑사병 인구의 3분의 1 사망

1796년 인류 첫백신 개발...감염 예방·대응

한국화학硏, 출연연구원 최초 코로나 백신 개발

동물실험 입증·5월 특허...임상시험 진입 코앞

신종감염병 백신·치료제...플랫폼기술 향상 중요

헤럴드경제

▶한국화학연구원 BL3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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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로 감염돼 감염속도 초당 3.4명, 치사율 100%의 유례 없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발병했다.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재난사태를 발령하고, 급기야 도시 패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격리된 사람들은 대혼란에 휩싸이고 살아남기 위한 목숨 건 사투가 시작된다.

지난 2013년 신종 바이러스 감염을 주제로 제작된 영화 ‘감기’의 스토리다. 영화의 소재인 줄 알았던 신종 바이러스는 이미 현실이 돼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50만명을 넘어서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전사자보다 더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신종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열쇠로 전문가들은 ‘화학기술’을 꼽고 있다.

▶끝나지 않은 신종 감염병 전쟁=인류는 지금까지 많은 감염병과의 전쟁을 치러왔다. 가장 대표적인 바이러스는 천연두다. 천연두는 기원전 3000년경 발생해 창궐했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약 10억명의 사망자를 냈다. 로마제국에서는 천연두로 500만명 이상이 사망해 제국의 몰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

16세기 중앙아메리카 문명은 스페인 군대가 몰고 온 천연두로 멸망이 가속화됐다. 이 같은 치명적 감염병은 천연두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매독, 결핵, 홍역 등이 창궐했으며 14세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인구의 약 3분의 1이 사망했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은 1차 세계대전에 사망한 군인보다 많은 숫자인 최고 5000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20세기에는 에이즈가 전파돼 약 2800만명이 사망했다.

이 같은 무서운 바이러스 감염병과의 전쟁은 백신이 개발된 이후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인류가 만든 첫 백신은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는 소의 천연두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사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게 했다. 백신(Vaccination)이라는 이름도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됐다. 백신 접종 이후 천연두 환자는 줄어들었고 마침내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 근절을 공식 선언하면서 인류는 천연두를 정복할 수 있었다.

폴리오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척수성 소아마비는 1952년 미국에서만 5만 8000건이 발생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는데, 백신 접종 이후로 환자가 급감했다. 이외에도 1963년 홍역 백신, 1974년 뇌수막염 백신, 1981년 B형간염 백신, 1991년 A형간염 백신, 2006년 HPV 백신, 2009년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개발돼 감염병에 대응해 왔다.

▶화학연 개발 단백질백신 임상시험 진입 눈앞=백신은 바이러스 항원을 주사해 몸에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항체가 생성되는 원리로 작용한다. 여기에 화학, 생물학, 약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활용된다. 백신은 신약 개발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는 후보물질을 만드는 단계, 후보물질의 면역반응을 평가하는 시스템 개발 단계, 개발된 시스템으로 후보물질의 효능을 평가하는 단계, 동물을 대상으로 독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단계,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 1~3상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는 보통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긴 시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펜데믹 선포 이후 백신이 긴급승인돼 일반 백신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상품화되었다.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죽은 바이러스로 이루어진 사백신, 바이러스 일부 단백질을 항원으로 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 그리고 새로운 핵산 기반 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RNA 백신 또는 DNA 백신이 활용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백신 중 모더나와 화이자는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mRNA 형태로 주입하는 RNA 백신이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 껍질에 넣은 바이러스벡터 백신에 속한다.

국내에서도 여러 종류의 백신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5개 기업이 백신 상품화를 위한 임상 시험 중에 있으며 여러 기업이 임상을 앞두고 있다. 특히 한국화학연구원은 국내 출연연구원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화학연이 개발·기술이전해 국내 백신 기업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IN-B009)은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해 투여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다.

화학연 CEVI(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공개된 지난해 1월 바이러스 정보를 파악한 후, 정보를 분석해 숙주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신규 특허기술인 ‘고효능 백신 개발 신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체액성 및 세포성 면역을 올릴 수 있는 코로나19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물질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또한 신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매우 우수한 중화항체 생성률과 세포성 면역 활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효능 평가 및 독성 평가를 거쳐 작년 5월 특허를 등록하고 국내기업 inno.N에 기술이전했다. 이후 기업과 함께 영장류 모델을 이용해 백신 후보물질의 약효 및 전임상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해왔다. 현재 inno.N은 전임상시험에서 확보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결과를 기반으로 현재 임상 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 화학연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 기술은 다양한 종류의 백신에 적용할 수 있어서, 향후 다른 신·변종바이러스 감염병 대응 신규 백신 후보물질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신종 감염병 대비 플랫폼기술 확보 필수=한국화학연구원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외에도 진단,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서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CEVI 융합연구단은 진단 분야에서 웰스바이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분자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기술이전했다. 또한 치료제 분야에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메르스와 사스 바이러스에도 우수한 약효를 가지고 있는 새로운 후보물질을 개발해 기술이전했다. 후보물질은 동물시험에서도 우수한 치료효과가 입증돼 현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펜데믹은 코로나가 끝이 아닐 수 있다. 국제 교류의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신변종 바이러스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라고 경고했다. 이제 인류는 과학을 통해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18세였던 기원전 4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평균수명 향상과 질병 치료의 이면에는 화학기술이 있었다.

화학제품은 비단 샴푸, 비누, 탈취제 같은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아플 때 복용하는 많은 약이 화학기술로 개발된 화학제품이다. 백신도 의약품의 일종으로서, 화학기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 감염병의 오랜 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화학기술의 역할이 주목되는 시기다.

김범태 CEVI 융합연구단장은 “인류가 과거에 경험한 바와 같이 신종감염병을 미리 예측해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미래에 올 수 있는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단, 백신, 치료제 등 각 분야의 플랫폼 기술 향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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