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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네 사진 좀 보내줘” 여대 단톡방서 알게 된 친구, 알고 보니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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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할 혐의 마땅치 않아 / 경찰, 사건 검토 예정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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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 보내 줄래?”

한 여대생이 학교 단체 채팅방에서 알게 돼 1년 가까이 문자를 주고 받은 동기생이 알고 보니 ‘남성’이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대학과는 전혀 관계 없었으며, 다른 여대생들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사진이나 개인정보 등을 요구해 빼간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YTN 등 언론에 따르면, 여대 신입생인 A씨는 올해 3월 신입생 단체 채팅방에서 동기인 것처럼 속여 활동하던 남성과 연락을 주고 받았고 최근 그의 정체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동기가 자신의 사진이나 집 주소 등을 요구해 알려줬고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이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YTN에 “진짜 선물을 보내 주려고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인정보를 범죄에 이용한다거나 악의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직접 만날 수 없는 분위기를 틈 타 이런 행동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A씨가 해당 사연을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자,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피해자들의 사연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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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소재 한 여대에 입학했다는 B씨는 “대학 정보도 알 수 있고 동기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합격 인증을 해야 하는 신입생 단체 채팅방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 채팅방에서 자신을 ‘20학번 동기’라고 소개하는 B씨를 만났다는 A씨는 B씨와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학교 동기라는 말을 믿고 1년 가까이 연락을 이어왔다고 했다.

B씨는 본인이라며 얼굴 사진도 보내줬고 자세한 학교 사정까지 알고 있어 A씨는 그가 남성일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그런데 B씨가 수상한 요구를 계속하자 A씨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B씨는 ‘얼굴 사진을 보내 달라’는 일이 잦았는데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데 참고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A씨는 “(B씨가) 그림 그리는 게 취미인 것 같아 (제 사진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B씨는 이후에도 선물을 보내주겠단 핑계로 A씨의 주소까지 알아냈다고 한다.

B씨의 행동에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A씨는 그에게 전화 통화를 하자고 요구했다.

그런데 A씨의 전화를 받은 건 남성이었다. 그는 처음엔 ‘B씨의 오빠’라고 주장하다 A씨의 계속된 추궁에 자신이 남성이란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사진이라고 보낸 사진 속 여성은 SNS 상에 떠도는 이른바 ‘얼짱’이었다.

B씨는 검색을 통해 모 여대 단체 채팅방에 들어갔고, 그 곳에서 A씨 외에 5명의 여학생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이들의 사진,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의 행동이 소름 끼쳐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B씨가) 여자인 줄 알고 1년간 연락해왔는데 제 대학, 학과, 사진, 생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알려졌다는 게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남성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피해자를 불러 조사한 뒤 B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YTN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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