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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쿠션 WGP 도전 김진아 “블롬달 이기면 테이블 올라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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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볼·3쿠션 병행, 별명도 ‘양빵’…“1,2년 내 3쿠션 완전 전향”

‘여제’ 김가영 ‘우상이자 넘고픈 목표’ 꼽아

헤럴드경제

큐를 어께에 짊어지고 포즈를 취한 김진아. 박해묵 기자/m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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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치렁치렁한 헤어스타일에 큰 눈을 해선 생글생글 웃는 외모 하며 끊김 없이 이어가는 말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일반인이 아니라 마치 직업 방송인과 인터뷰하는 느낌이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사나를 닮았다는 귀여운 외모의 당구선수 김진아(28·한국랭킹 3위)다.

그는 오는 7월 1일부터 열리는 호텔인터불고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에 출전한다. 원래는 꽤 잘 나가는 포켓볼(풀) 선수다. 자타 공인 “체전의 여왕”인 그는 “포켓볼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이된 이래 6년째 단 한번도 입상하지 못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7년 후반 호기심에 3쿠션 종목이라는 다른 세상과 만나면서 그의 별명 ‘양빵’처럼 두 종목에 걸쳐 활약하고 있다.

입문 당시 핸디점수 15점으로 출발해 1년만인 2018년 23점이 됐고, 만 4년이 채 안된 지금 28점이다. 에버리지 0.86, 하이런 개인 기록은 16점이다. 눈높이도 오지 않아야 할 어린 나무가 전신주만큼 커진 격.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한 페이스의 성장 속도다.

천재 아니냐 하고 비행기를 태우는 물음에 그는 “스트로크와 두께 겨냥이 정확한 포켓볼 출신이면 누구라도 2~3년이면 28점 정도는 도달할 수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정다감한 입담이어도 가부 답변은 똑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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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차림으로는 등에 큐를 짊어져 보기도 하고. 박해묵 기자/m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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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유튜브 당구콘텐츠 채널 ‘빌리퀸’에 출연하며 3쿠션 강자 차명종에게 꾸준히 배우고 있어 실력은 계속 늘고 있다. “개인 유튜브는 당분간 접고 빌리퀸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나를 알리고, 실력도 늘고 싶다’는 내 바람이 빌리퀸의 ‘세계챔피언을 키운다’는 방송 취지랑 잘 맞았어요. 여기서 배운 건 6개월 뒤면 슬슬 실력으로 나타날 거예요.”

여느 선수가 그렇듯 경기 중엔 무표정에 가깝지만, 경기 뒤엔 활짝 웃으며 관례인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를 하는 ‘기행’이 종종 포착된다. 승자와 패자가 갈린 이 때 짝 소리 나도록 상대와 손바닥을 치는 이 하이파이브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결코 패자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 표현이 아니다. “내가 이겼든, 졌든 ‘우리 서로 잘 싸웠다 그치?’ 이런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출전하는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은 세계 탑랭커들이 출전하는 초대형 국제대회다. 여자부 경기가 따로 없지만 여성 할당을 두면서 세계 랭킹과 국내 선발전으로 뽑은 여성 선수 4명이 포함될 수 있었다. 그중 김진아는 선발전 1등 자격으로 출전자 명단에 올랐다.

이 대회 개인전에서 힘과 기술에서 모두 앞서는 남성 강자들과 별도의 핸디캡 혜택 없이 성대결을 벌이게 된다. 김진아는 이 점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했다. 사실 슛아웃 복식에선 은근히 입상을 노렸는데 남녀 혼합복식 구성을 하지 않는다는 대회 방침에 입상 가능성이 희박해져 아쉽다고 장난기 옅게 배인 아쉬운 얼굴을 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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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묵 기자/m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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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를 떠나 선망하던 슈퍼스타들과 한 테이블에서 같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 설렌다.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최성원 허정한 김행직을 가장 좋아한다고. 여자 선수중엔 김가영을 선망의 대상이자 넘고 싶은 목표로 마음에 두고 있다. 포켓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과 실적을 보인 뒤 프로당구 PBA 3쿠션에서도 뛰어나 기량을 선보이는 모습을 따라가고 싶단다.

“그래도 이번 대회 개인전은 마음 편하게 먹고 치게 될 테니 ‘한 명만 걸려라’ 작전을 쓸 거예요. 블롬달 같은 대선수를 이기면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죠 뭐. 흐흐. 이거 공약할게요.”

김진아 당구력 14년. 거창한 목표 하나 내걸지 않았지만 그저 열심히 싫증내지 않고 연습을 반복해왔다. 그랬더니 우승도 하고 각종 타이틀과 주변의 환경이 하나둘씩 바뀌었더란다. 3쿠션을 병행하면서는 더 드라마틱하게 삶이 변했노라고 고백한다. 후원사만 스코어보드판업체 큐스코, 큐제조사 메라키, 결제대행회사 싸이렉스페이, 그리고 개인후원회 KBO 네 곳이나 된다.

“포켓볼에서만 활동할 때는 전국체전에서 우승해도 기사 한줄 안 나왔는데 3쿠션에 와선 아직 잘 하고 있지도 않은데 후원업체들이 생기고, 행사에 초청하고, 인터뷰를 요청해와요. 2년새 내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런 걸 위해 살아왔구나 하는 희열을 느껴요.”

그는 “포켓볼에선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홀가분한 입장”이라며 “앞으로 1,2년내 3쿠션 종목으로 완전전향해서 이 종목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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