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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아내와 집은 손 볼수록 고와져” 학생에 성차별 문구 보낸 ‘급식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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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급식 식단을 알려주는 SNS 채널이 학생들에게 여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문구를 보내 논란이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17일 카카오톡 채널 ‘오늘급식’에 대해 학생이 문제 제기한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오늘급식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학생이 오늘급식을 카카오톡에서 ‘친구 추가’ 하면 1:1 채팅을 통해 ‘챗봇’이 식단을 알려준다. 다니는 학교를 등록하면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식단을 알려주는 구조다. 이같은 유형의 채널은 ‘급식봇’(급식+챗봇)으로 불린다. 따로 어플리케이션을 깔 필요가 없어 많은 초·중·고교생이 사용한다. 오늘급식 카카오톡 친구 숫자는 42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식단과 함께 메시지에 포함된 ‘오늘의 명언’이다.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 소지가 다분한 문구를 보낸다며 많은 학생이 항의하고 있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사례만 해도 여러 건이다. ‘말수가 적고 친절한 것은 여성의 가장 좋은 장식이다’, ‘살림을 못하는 여자는 집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으며, 집에서 행복하지 못한 여자는 어디를 가도 행복할 수 없다’, ‘강도는 당신의 돈이나 생명 어느 하나를 요구한다. 그러나 여자는 그 양쪽을 요구한다’, ‘남자 끼리는 원래 서로가 무관심하지만 여자란 태어나면서부터 적이다’, ‘아내와 집은 손을 볼수록 고와진다’ 등이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21세기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주 사용층이 학생들인데 저런 속담을 거르지 않고 저렇게 자주 올리는 데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여성 혐오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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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밴드 캡처.

몇몇 이용자는 운영자에게 항의하는 글을 남겼다. 지난 19일 오늘급식이 운영하는 SNS ‘네이버 밴드’에 글을 남긴 한 이용자는 “10대 청소년들이 속담을 보고 어떤 교훈을 얻을 지 모르겠다”면서 특히 “‘여자와 집은 손을 볼수록 고와진다’는 문구에 기겁했다. 데이트 폭행과 가정폭력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이게 무슨 명언인가”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명언 선정이 무작위가 맞는 건지 의아하다. 아무리 무작위라 하더라도 엄연히 카톡 친구가 42만명에 달하는 데 검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늘급식 운영자는 전날 해당 항의글에 ‘선정기준은 따로 없고, 더 이상 오늘의 명언을 보내지 않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현재 이 항의글은 삭제된 상태다. 성차별 지적에는 대답하지 않은 태도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키뉴스는 전화와 메일을 통해 오늘급식 운영자와 연락을 시도했다. 전화는 꺼져있었다. 메일은 읽은 것으로 확인했지만, 답장은 없었다.

이현숙 사단법인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상임대표는 “이런 격언은 이성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투표권도 갖지 못했던 시대에 만들어졌다”면서 “여성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고 소유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표현을 거르지 않고 여러 차례 보냈다는 것 자체가 성 감수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행동으로 보여진다. 연령대가 어린 초등학생의 경우 문제 의식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면서 “학교, 교육과 관련한 플랫폼에서 언어 선택을 신중하게 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상임대표는 “단순히 운영자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면서 “오랫동안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학생들이 문제제기하기까지 전혀 모니터링되거나 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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