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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혼돈의 전세시장…전셋값 폭등에 ‘이중가격’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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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4주 연속 확대…강남 이주수요 가속화

같은 단지 다른 가격 만연…‘이중가격’ 고착화

공급 없는데 수요만 늘어나…전세난 심화 전망

[이데일리 신수정, 강신우 기자] 서울 임대차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전셋값 상승은 물론 이중가격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주택공급 부족에 의한 전세시장 수급불균형이 지난해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심화한 데다 강남권 대규모 이주 수요가 전셋값 상승에 불을 질렀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학군지 이동에 따른 이사 수요를 고려하면 ‘가을 전세난’이 불안이 솟구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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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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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4주 연속 오름폭 확대…강남 이주수요가 가속화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라 전주(0.08%)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지난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0.02~0.03%의 주간 상승률을 보이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최근 4주간 0.04→0.06→0.08→0.11%로 오름폭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0.56% 올라, 2015년 3월 셋째주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에 따른 전세물량 감소에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신반포18차(182가구) 등 이주수요가 더해지면서 가격을 밀어 올렸다.

이렇다 보니 전세시장에선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전용 79㎡) 아파트는 지난 4월12일 19억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현재는 전세 물건이 20억원부터 시작한다. 호가는 최대 22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연초(17억5000만원·1월16일 계약) 대비 4억5000만원가량 오른 값이다. 이마저도 전세 물건이 없어 집주인이 호가를 계속 올리는 분위기다.

잠원동 인근 C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현재 20억원 물건이 나왔지만 1억~2억원 가량 더 올리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반전세 형식으로 20억원에 몇 십만원 더 받으려는 분들도 있다”며 “재건축 이주수요도 있고 임대차 3법 영향에 전셋값을 많이 올려서 내놓고 있다”고 했다.

금천구에서도 10억원 가량하는 전세 물건이 거래됐다.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전용 85㎡) 아파트는 지난달 26일 9억43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그러나 현재 호가는 이보다 1억원 가량 빠진 8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인근 개업공인들은 ‘이상거래’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독산동 인근 T공인은 “해당 물건은 현재 시세대비해서 보면 이상거래로 보인다”며 “현재는 8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고 물건도 아직은 더러 있는 편이다”라고 했다. C공인도 “전세는 값이 싼 순서대로 나가는 편인데 부동산에서 거래한 물건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전셋값 폭등에 같은 단지 다른 가격 만연…‘이중가격’ 고착화

전셋값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같은 단지의 동일한 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수억원 차이가 나는 이중가격 현상도 뚜렷해졌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보증금을 5%만 올린 기존 세입자와 최근 시세가 오른 상태에서 진입한 신규 세입자들 간의 격차가 벌어졌다.

실제 같은 단지 내 같은 평형이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한 재계약 매물인지, 최초 계약 거래인지에 따라 전셋값이 수 억원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4월 15일 6억8250만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에는 같은 평형 전셋값이 10억 5000만원에 실거래 된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7억1400만원에 재계약을 완료했다. 하지만 약 2주도 지나지 않은 지난 3일에는 10억8000만원에 실거래 돼 확연한 가격 차이를 보였다.

거의 동일한 물건의 실거래가가 들쭉날쭉해진 원인은 시세로 체결된 전세 거래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재계약된 거래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하면 직전 임대료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다. 최근 서울 전셋값이 폭등 수준으로 오르면서 두 거래 사이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잠실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같은 단지 내 같은 평형이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재계약 매물인지, 최초 계약 거래인지에 따라 전세 실거래가가 수 억원씩 차이를 보인다”며 “지금도 지난 5월에 비해 호가를 계속 높이고 있어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없는데 수요만 늘어나…전세난 심화 전망

문제는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을 더욱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기조 속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가 인상되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순수 전세도 줄었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순수 전세 비중은 71.9%에서 66.0%로 감소했다. 반면 보증금 외에 매달 일정액을 추가로 내는 반전세·월세는 4만 6503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0%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10개월(2019년 10월∼2020년 7월)간 28.1%였던 것과 비교하면 5.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마지막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7.0을 기록해 전주(105.6)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표는 0~200 사이로 나타나며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우려가 더 크다는 의미다. 전세 수요보다 공급 부족이 심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하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학군지 이동에 따른 이사 수요를 고려하면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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