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연준 '점도표' 때문에…2월 이후 가장 좁혀진 美 장단기 금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단기국채 금리는 오르며 장단기 금리 차가 올해 2월 후 최소로 줄었다. 미 장기국채를 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단기물은 매도세가 우세해진 영향이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메시지가 이전보다 강해지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에 대한 전망이 달라진 게 시장을 움직인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481%로 전거래일 1.449%보다는 상승했지만 FOMC 정례회의 결과 발표 이전인 지난 15일 1.498%보다는 하락했다. 이날 30년물 금리 역시 2.103%로 15일 2.199%대비 하락했다. 반면 2년물 금리는 최근 며칠 동안 상승했다. 이날 0.254%로 FOMC 이전인 0.165%보다 높아졌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장기국채 금리가 올라갔다는 건 시장 참가자들의 장기국채 매입이 늘어나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이 결과로 장단기 금리 차는 축소(일드커브 플래트닝)됐다. 21일 이런 추세가 반대로 되돌려지긴 했으나, WSJ에 따르면 현재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는 지난 2월 후 최소다. 2월은 미국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미 장기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던 때다. 특히 FOMC 이후 3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통상 장기금리 하락은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거나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날 때 발생하며, 단기금리의 경우 통화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최근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양쪽의 측면에서 모두 발생했다.

단기금리 상승은 지난주 FOMC 정례회의 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진 게 배경이 됐다.

연준은 16일 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표)를 통해 2023년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18명의 FOMC위원 중 13명이 2023년 인상을 전망했고 이 중 11명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또 7명은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봤다. 이는 지난 3월 FOMC에서 2023년과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이 각각 7명, 4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인상 전망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장기금리가 하락한 데 대해 WSJ는 지난주 FOMC를 계기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포지션이 줄어든 걸 원인으로 지목했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에 베팅해 장기채를 팔고 주식을 사들이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연준이 채권매입 축소나 금리 인상 없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거라는 전망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예상보다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이런 포지션이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장기금리는 연초 급등하다 4월 이후 더 오르지 않고 큰 변동 없이 유지되다 최근엔 오히려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진단대로 일시적일 것이란 견해가 확산되고, 경기 회복세가 이번 분기 정점에 달한 뒤 앞으로는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금리 하락의 배경으로 거론돼 왔다.

최근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 지표 추이와 상반되게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 브레이크이븐레이트(일반 국채와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간 수익률 차)로 측정한 5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중순 고점 2.77%에서 최근 2.4%로 하락했고 10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같은 기간 2.57%에서 2.25%로 떨어졌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4월 4.2% 뛰고 5월 13년내 최고인 5% 급등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머니투데이

워싱턴DC의 연준 건물/사진=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출이 부진한 미국 은행들이 이번 분기 들어 미국 장기 국채를 전분기보다 더 매입한 점, 해외투자자와 연기금의 미 국채 수요가 늘어난 점 역시 장기채 금리를 끌어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도 여전히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며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주 채권 펀드로는 160억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두 달 사이 가장 큰 주간 유입액이다.

다만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앞으로 고용·물가 지표가 실제로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큰 폭으로 오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며 장기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해서 시장은 고용 지표에 주목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FOMC 후 코로나19 위기로 노동시장에서 은퇴자가 늘어났다고 진단했는데 이는 실업률 산출에 포함되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었음을 의미한다.

WSJ는 이 발언과 관련, 완전고용이 예상보다 빨리 달성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업률이 하락하는 속도가 시장 전망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높은 실업률은 최근 몇 달간 연준의 인플레이션 상승 용인을 정당화 했기 때문에 실업률 하락은 연준이 부양책을 유지할 근거를 약화시킨다. 펀드운용업체 알지브레스의 알베르토 갈로 글로벌 채권 투자전략가는 WSJ에 "고용이 핵심 변수"라 했다.

은퇴자 증가에 더해 최근 미국 노동시장 일부에선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결과로 임금이 높아질 수 있다. 임금은 원자재에 비해 더 장기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전망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지, 얼마나 많은 은퇴가 영구적일지를 예상하기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 이에 따른 변동성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갈로 투자전략가는 "임금의 상승은 사회에 나쁜 게 아니지만 금융 시장에는 더 높은 변동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시머스 맥 고레인 JP모건 자산운용 글로벌 금리 대표도 "시장이 인플레이션 지표 및 고용 성장에 대해 매우 민감할 것"이라 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