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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한우의 간신열전] [89] 조선의 586, 士林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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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사림(士林)이지 조선 시대 사림의 주류(主流)인 서인-노론-벽파는 철저한 주희 신봉자들이었다. 동인-남인-소론은 그나마 덜 교조적인 사림들이라 할 수 있다. 주희는 사상가라기보다는 주석가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일관되게 신권(臣權) 강화를 주창한 인물이다.

최근 나온 유성운의 책 ‘사림, 조선의 586’(이다미디어)은 단편적으로 제기되던 “586의 행태가 조선의 사림과 비슷하다”는 흥미로운 입론(立論)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 분석과 비판을 가한 책이다.

주요 제목을 보면 ‘사림의 위선, 586의 내로남불’ ‘군자와 소인, 사림의 당동벌이(黨同伐異)’ 사림의 반청(反淸)과 586의 반일' 등이다.

주희 추종자들은 임금을 임금으로 여기지 않았다. 마치 오늘날 좌파들이 나라보다는 ‘시민사회’ 운운하며 뒤로는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행태와 비슷하다.

우리는 학교에서 실상과 맞지도 않는 ‘훈구 대 사림’의 이분법을 만들어 사림을 맹목적으로 미화해 왔다. 이 책이 이런 기존의 기울어진 인식을 바로잡는 시금석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나라의 공(公)보다는 선비 계층의 사(私)를 추구했던 주희의 이 같은 발상의 뿌리는 자사(子思)와 맹자(孟子)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자의 사상 중에서 왕권강화론에 섰던 현실주의자 순자(荀子)는 이미 자사와 맹자의 사상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 바 있다.

“매우 편벽되고 어긋나 규범이 없으며 그윽이 숨겨져 있어 설명되지 않으며 닫히고 맺혀져 있어 해설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의 말을 꾸며가지고 말하기를 이것이야말로 참된 군자의 말이라고 한다. 자사가 이것을 주창했고 맹자가 이를 따랐다.”

사림의 속마음은 무군(無君), 임금을 없다고 여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관직은 가지려 했다. 586들은 대한민국을 없다고 여기며 성장했다. 그러면서도 관직과 돈은 어떻게든 챙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행태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뿌리가 깊어도 너무 깊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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