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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한은 "집값 너무 올랐다... 경제 충격 시 폭락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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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집값 하락 위험 2009년 이후 가장 커
서울 중심 "고평가"... 급락 가능성도
최악의 경우 성장률 -2.2%대 전망
한국일보

매물 정보가 붙어 있는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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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대출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현재의 '금융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대내외 충격을 받으면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례없는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너도나도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결과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부채(빚) 규모가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해진 탓에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과도한 대출... 집값 하방리스크도 '역대급'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금융불균형 심화에 따른 '주택가격 하방리스크(HaR·House price at Risk)'는 올해 1분기 -0.9%로 2009년 3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의 금융환경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최악의 경우 주택가격이 분기당 최소 0.9%씩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HaR은 2019년 말 0.4%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1분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를 활용한 '영끌족' 및 '빚투족' 증가로 집값은 폭등했지만 동시에 잠재된 하락 위험도 점차 커지고 있었던 셈이다.

한은은 오르는 집값에 비해 정체된 소득과 과도하게 늘어난 대출이 주택가격 하락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 시 부채 축소(디레버리징)가 발생하면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며 "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차이와 크게 확대된 신용규모 등 금융불균형이 향후 주택가격 하락리스크를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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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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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제자린데... 집값 상승률은 세계 1등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은 주요국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을 보면 한국의 PIR은 1년 전보다 약 13% 상승해 한은이 비교한 주요국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의 상승률(약 7%)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전국의 집값 상승을 주도한 서울의 경우 올해 1분기 PIR(KB국민은행 통계 기준)이 17.8배에 달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PIR이 17배라는 건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기 위해선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17.8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런 가격 상승세가 비정상적이라고 봤다. 한은은 "최근 들어 서울지역의 주택가격은 장기 추세를 웃돌고 PIR 역시 2017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이런 지표들을 통해 볼 때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부채, 거품 계속되면 "성장률 -2.2% 역성장"


누적된 금융불균형은 집값뿐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도 있다. 현재 금융불균형 수준에서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올 경우 GDP(국내총생산) 손실을 나타내는 '최대 예상 GDP 감소율(GaR)'은 지난 1분기 -0.75%를 기록했다. 약 10% 정도의 확률로 나타날 수 있는 극단적인 경제 충격이 온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성장률이 -0.7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신용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등 금융불균형이 향후 3년간 누적될 경우 2024년 경제성장률이 -2.2%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한 금융불균형 완화에 속도를 낼 뜻을 재차 내비쳤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시점에 질서 있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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