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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노마스크' 다닥다닥 모여앉은 기자들…'정상 복귀' 백악관 가보니[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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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인원 100% 개방…실내에 기자들 빼곡

특별경호요원·해병대원도 '노마스크' 근무

젠 사키 대변인 "백악관부터 정상화 할 것"

백신 접종 장려 위해 정상화 된 백악관 강조

중앙일보

이달부터 전체 수용인원의 100%를 받기로 한 미국 백악관 브리핑실을 가득 채운 기자들이 21일(현지시간) 젠 사키 대변인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김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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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최종 목표는 '미국의 정상화'입니다. 이곳 백악관에서부터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 2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한 이야기다. 그의 말대로 이날 찾아간 백악관의 제임스 S 브래디 브리핑룸은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두 달 전만 해도 '거리 두기'를 위해 수용 인원의 4분의 1만, 그것도 추첨을 통해 들어올 수 있던 곳이다. 지난달 상한을 50%로 올리더니 이달 초부터는 100% 인원을 받기로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 한해 실내외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에 대한 규정을 완화하면서 백악관도 이에 준하는 조처를 한 것이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도 200㎡ 남짓의 넓지 않은 공간에 기자들이 가득 들어찼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벽에는 아직 떼지 않은 '모여있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48석의 좌석에 기자들은 어깨를 맞대며 앉았고, 사진 기자들은 통로에까지 진을 쳤다. 질문하기 위해 저마다 손을 들고 큰 소리를 냈지만, 실내에 비말이 퍼질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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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브리핑룸에는 예전에 붙여놓은 '집합 금지' 문구가 아직 떼지 않은 채 붙어 있었다. [김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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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기자단 정규회원인 기자는 경내에 들어갈 때도 특별한 검사를 요구받지 않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백악관에 들어오는 모든 이의 코에 면봉을 넣고 코로나19 검사를 했지만, 이제는 그 흔한 체온 검사조차 사라졌다. 출입증을 단말기에 찍고 금속탐지기를 지나는 게 전부였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2주가 지난 회원은 코로나19 검사 없이 출입하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스티브 토마 백악관 출입기자단 사무국장에 따르면 500여 명의 회원 가운데 98%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굳이 검사를 하거나 백신 접종카드를 들여다볼 필요 없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출입을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는 "더운 날씨에도 마스크를 쓴 채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니는 게 고역이었다"면서 "이제 정말 코로나19에서 해방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내를 순찰하는 특별경호국 요원이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의 출입구를 지키는 해병대원 역시 모두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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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김필규 특파원]


그동안 전체 인력의 80~90%가 재택근무를 했던 백악관은 근무체계도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달 초 백악관 관리국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음 달 6일부터 순차적으로 출근을 시작하라고 통보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철저했던 바이든 백악관의 초기 모습을 떠올리면 상당히 급격한 변화다. 78세 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백악관 내 개방 행사를 최소화했고, 외부인을 만날 때도 마스크를 두겹씩 쓰고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내에서 수시로 대규모 행사를 열다 '슈퍼 전파자'라는 비난을 받았던 터라 더 조심했던 면도 있다.

그랬던 백악관이 앞장서 문을 열어젖히는 이유는 백신 접종을 통해 빠르게 정상화하는 미국의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전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도 마스크 없이 모든 참석자가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다음 달 4일까지 성인의 70%에게 한 차례 이상 백신주사를 맞히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금 추세라면 68%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백악관을 '정상화' 홍보의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민주당 전략가 조이 페인은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지금 백악관은 '백신을 맞으면 당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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