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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勞, 해고자 복직 투쟁·기습 점거에도···使 '방어 수단'은 소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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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3법 강행 노사관계 대혼란 온다]

노동계, 노조 가입 문턱 낮추고 활동범위 늘었는데

"ILO 비준, 끝이 아닌 시작"···11월 총파업 예고도

경영계는 대체 근로 등 대비책 반영 안돼 '속수무책'

기업 목소리는 외면···勞로 더 기운 운동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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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조 3법의 다음 달 6일 시행을 앞두고 산업 현장은 한마디로 폭풍 전야다. 해고·실직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후 복직 투쟁 같은 다양한 형태의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경영계가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개정 노조 3법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개정 노조 3법이 시행되면 산업 현장의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특히 개정 노조 3법 시행 이후 사업장마다 소송전이 난무하는 등 첨예한 노사 갈등이 예상된다. 내년 대선과 산업 현장의 디지털 경제 전환 과정에서 노동계의 요구가 거세지며 노사 관계는 더 큰 혼돈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아무나 회사 들어가면···기밀 유출 없겠나”=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조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한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혼란을 최소화할 보완 조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산업 현장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노조 3법 입법 전, 올해 3월 입법 예고 이후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보완 대책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보완 입법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조 3법은 노조 활동 보장에 방점이 찍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 가입의 문턱과 활동 범위를 대폭 넓혔다. 개정안은 실직자와 해고자 등 비종사 근로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 퇴직한 공무원과 교원도 마찬가지다. 또 노조 전임자의 급여 지급을 금지하던 규정을 삭제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면서 기존 노조의 권한도 커졌다.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대해 정부가 내렸던 ‘노조 아님 통보’ 조항도 삭제됐다.

경영계가 개정 노조 3법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조합 활동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였다. 비종사자의 사업장 출입은 회사 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계는 시행령을 통한 명확한 규정 마련을 촉구해왔다. 예를 들어 사전 승인 제도 도입이나 정당한 조합 활동일 때만 노조 사무실을 출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위임된 사항만 규율할 수 있다는 점과 노조 활동은 노사의 자율성에 우선한다며 외면했다.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고 노조법 5조에서 모호하게 정한 노조 활동 범위도 마찬가지다. 경영계가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요구했지만 손질 없이 시행된다.

◇노사 갈등 불가피한데···‘방패’도 없는 경영계=경영계는 개정 노조 3법 시행 이후 부당한 노조 활동에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대한 제한 조치가 제외됐다. 수십 년간 경영계의 방패 역할을 해왔는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통보 무효 판결 이후 사라졌다. 그동안 경영계는 개정 노조 3법 시행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보다 보완책으로 ‘노조와 힘의 균형을 맞춰달라’고 호소해왔다. 노동기본권을 높인다는 명제 자체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규정을 폐지하거나 노조 파업 시 대체 근로를 일부 허용하는 안이 있었다.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는 행위도 법으로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경영계는 개정 노조 3법 시행 이후 노사 갈등이 일어날 경우 소송전으로 맞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화로 노사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소송 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의 단체 행동 수위가 예년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올해 1~5월 파업에 따른 근로 손실 일수는 11만 4,700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 경영계에서는 내년 대선과 제조업 위축, 디지털 산업 성장 등 산업 재편 과정에서 기존 노조의 실력 행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택배 노조가 총파업을 한 데 이어 민주노총은 다음 달과 오는 11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제 시작일 뿐”···더 강한 노조 3법 요구하는 노동계=이처럼 개정 노조 3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가 크지만 노동계는 더 강한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계는 개정 노조 3법이 ILO 비준을 위한 최소 수준의 개정인 만큼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안이 더욱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영계에서 폐지됐다고 우려하는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해서도 정부의 임의 개입이 없도록 더욱 명확하게 적용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ILO 비준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관계 법령의 정비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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