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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3년된 장특공제 단칼에 자르나···"정치논리로 1주택자까지 옥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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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장특공제 축소' 일파만파]

12년 거주뒤 12억 차익땐 양도세 2배 가까이 내야

"온통 票에만 매달려···이율배반적인 정책" 불만 폭발

한집서 오래 산 고령자들 타격···"유예·계도기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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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이어져온 제도를 하루아침에 단칼에 자르나.” “한집에 20~30년간 살아온 1주택자가 죄인이냐.”

1주택자도 양도 차익이 크면 폭탄 수준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여당의 양도세 개편안에 대해 반발하는 예비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등 징벌적 과세에 따른 부작용을 충분히 겪었는데도 또다시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워 세법을 난도질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집값 상승으로 늘어난 양도 차익을 세금으로 빼앗아가면 이사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 실수요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물가 상승, 주택 가격 인상과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지난 2008년부터 유지됐던 9억 원 기준을 13년 만에 현실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 조정에 대해 당 내부에서 ‘부자 감세’라며 반발이 거세지자 과세 형평성을 명분으로 양도 차익 규모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 상한을 설정한 부분이다. 10년 이상 거주 시 양도 차익 5억 원 이하는 40% 공제를 유지하지만 5억~10억 원은 30%, 10억~20억 원은 20%, 20억 원 초과는 10%로 공제율을 차등 적용한다. 이로 인해 최대 80%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양도 차익이 20억 원을 넘으면 공제율이 50%로 축소돼 장기 거주자라도 세 부담이 커지게 됐다.

서울경제가 22일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자문을 얻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여당의 개정안 반영 시 전용면적 84㎡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12억 원에 취득해 11년 10개월 거주한 뒤 24억 원에 매도했을 경우 지금은 4,039만 7,500원인 양도세가 7,793만 5,000원으로 늘어났다. 또 서울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전용면적 84㎡)를 14억 원에 취득하고 10년 보유한 뒤 32억 원에 매도하면 양도세가 8,577만 2,500원에서 1억 6,896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 때문에 고령의 1주택자를 중심으로 고가 주택에 대한 사실상의 양도세 중과 조치라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에 탄원서를 보내고 국민 청원을 하는 조세 저항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표에만 온통 매달려 퇴로 없이 빨래 짜듯이 납세자들을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작성자도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축소의 부당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조세 형평성과 관련해 작성자는 “본인은 넓은 아파트에서 전세 살고 갭 투자해둔 주택이 20억 원 올라도 10년 보유만 하면 40%를 공제받는다”면서 “누구는 좁은 집에서 30년을 실거주해도 50%밖에 공제받지 못하는데 1주택·실거주를 장려하는 정부 시책에 따라준 사람에게 너무나 불평등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 조세정책은 전 국민의 관심사이자 주거 문제인 만큼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여당의 ‘표바라기’ 설익은 부동산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엄청난 재산상 불이익을 보게 될 상황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양도세 1주택자 장특공제는 장기 보유를 장려하는 취지로 2008년 이후 13년째 최대 80%로 유지돼왔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사람은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다. 하지만 장특공제를 기대하고 장기 거주하던 실수요자들로서는 정치 논리로 인해 갑자기 세금 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민간 부동산 모임이 민주당에 보낸 탄원서에는 “양도 차익 규모에 따른 누진적 세금 체계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공제까지 연동하면 징벌적 성격을 과도하게 높이는 조치”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집에서 오래 거주한 고령자들이 공제 축소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으며 그 집을 팔고 새로 거주할 집으로 이동할 시에도 집을 낮춰 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매물 잠김 현상도 우려된다. 또 “조세 저항과 납세자들의 혼란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계도 기간이 필요하고, 충분히 받아들일 시간을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당의 양도세 개편안이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고 해놓고 이를 배반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집값이 뛰고 주택 거래가 늘면서 올 4월까지 양도세는 1년 전보다 3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종부세 세수도 올해 5조 8,000억 원으로 크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부동산 증세’를 또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가진 자에게 돈을 빼앗겠다는 것은 1주택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반대 방향”이라며 “국민 정서에 맞는 조세정책이 필요하고, 이번 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투기 의혹도 없는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주된 곳에 살고 있으면서 오래 거주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아예 면세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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