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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재개발 블루칩’ 성수전략정비구역 ‘속도’…무르익는 한강변 50층 아파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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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 블루칩’으로 손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이 점차 속도를 내는 중이다.

오랜 기간 서울시 규제에 막혀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2지구가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1~4지구가 ‘한강변 50층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워낙 입지가 좋아 ‘강북 신흥 부촌’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재개발 블루칩’으로 불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중이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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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2지구 재개발 속도

▷1~4지구 모두 건축심의 절차 돌입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열고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재개발 사업을 수정 의결했다. 지난해 3월 조합설립인가 이후 1년여 만의 성과다.

성수2지구는 성수2가1동 일대 13만1980㎡에 용적률 516.35%를 적용해 최상 최고 50층, 9개동, 아파트 1907가구를 건립할 계획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느렸던 2지구가 늦깎이로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성수전략정비구역1~4지구 모두 건축심의 절차에 돌입해 발걸음을 맞추게 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과정을 보면 조합설립 이후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를 거쳐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으로 넘어간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모두 건축심의 절차에 들어선 만큼 재개발이 점차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준공업지대였던 성수동은 한강변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사업이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한동안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다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후보지로 낙점됐다. 서울시는 여의도, 합정, 이촌, 압구정 등과 함께 성수동 일대를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2011년 일부 부지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314%를 적용, 최고 50층 아파트를 건립하는 정비계획안을 통과시키자 부동산업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정작 사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후임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4년 ‘2030 서울플랜’을 통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3종 일반주거지역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35층 이하로만 주거시설을 지어야 했다. 재개발 사업성을 높이려면 용적률을 상향시켜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야 하지만 아파트 층수가 35층으로 막히면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4개 사업지구가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2지구가 뒤늦게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지만 나머지 3개 지구 역시 사업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4지구 건축심의는 2017년 이후 수년째 지연되는 중이다. 2019년 당시 1지구 건축심의도 “2지구가 일몰제 적용을 받아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간 사업 진행 시차가 발생해 개발이 늦어졌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바뀐 데다 1~4지구 모두 건축심의 단계에 돌입하면서 성수전략정비구역 개발 사업이 비로소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2지구 조합 측은 이르면 6월 중 건축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1지구 역시 오는 7월 내용을 보완해 건축심의를 다시 접수하기로 했다. 덕분에 내년 중에는 1~4지구 모두 사업시행인가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성수동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서울시는 한강변 전략정비구역 5곳(성수, 합정, 여의도, 이촌, 압구정)과 유도정비구역 5곳(망원, 당산, 반포, 자양, 잠실)을 지정했는데 세월이 흘러 성수동을 제외한 나머지 9곳은 사업이 아예 취소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살아남은 것은 강남 핵심 지역인 압구정, 청담, 잠실을 마주 보는 입지를 갖춘 데다 강남권과 달리 한강이 남향이라 한강 조망권이 탁월한 덕분이다. 오세훈 시장이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향후 규제 완화를 통해 한강변 50층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효과로 35층 규제 완화가 기정사실이 된 데다 성수동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유일한 생존자라 향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숲 일대와 연계해 개발하면 부동산 가치가 한껏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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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호재도 풍부

▷부영 주상복합, 강변북로 지하화 등

성수동 일대는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성동구는 지난 2월 서울숲 인근 성수동1가 부영호텔 건립 용지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용지에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의 ‘뚝섬 지구단위계획 및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재열람했다. 이에 따라 부영호텔 용지에 최고 48층짜리 주상복합 2개동, 5성급 관광호텔 1개동을 짓는 계획이 확정됐다. 부영은 이 부지에 2024년까지 340가구 주상복합 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서울숲 주차장 용지에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주차장 용지는 1만9600㎡ 규모의 자연녹지 용도지만 서울시가 용도 지역을 준주거 지역으로 올리면 개발 가치가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문화 공연장, 전시장도 성수동 곳곳에 들어설 전망이다. 부영호텔 부지에는 다목적 공연이 가능한 800석 이상 중대형 공연장이 건립되는 한편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를 짓고 남은 땅에 전문 전시장을 짓기로 했다.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숙원 과제인 강변북로 지하화가 추진될 경우 성수전략정비구역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시원한 한강 조망권을 갖췄지만 바로 앞에 강변북로가 지나 소음 우려가 적잖다. 하지만 강변북로 지하화가 추진될 경우 이 일대가 단숨에 한강변 고급 단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의 ‘성수전략정비구역 정비계획’을 보면 강변북로를 지하화해 대규모 문화 공원을 조성하고, 성수동에서 한강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보행로를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시는 성수전략정비구역 기부채납으로 강변북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해 한강변 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4개 지구 사업 속도가 달라 한꺼번에 기반시설 비용을 분담하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4개 지구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다양해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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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전략정비구역 투자 가치는

▷1지구 으뜸, 3000가구 대단지 탈바꿈

지금 성수전략정비구역에 투자해도 괜찮을까.

1~4개 지구 중 가장 입지가 좋은 곳은 1지구(2909가구)다.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이 가깝고 서울숲, 성수대교도 멀지 않은 덕분이다. 면적도 19만4398㎡에 달해 4개 지구 중 가장 넓다. 트리마제가 인접해 성수동 고급 단지 3인방으로 불리는 갤러리아포레, 트리마제, 아크로서울포레스트와 함께 대규모 고급 주거 단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다. 1지구 23㎡ 안팎 지분 가격은 14억원에 달한다. 성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성수1지구는 3000여가구 대단지가 들어서지만 조합원이 많지 않아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나온다. 지분 시세가 평당 2억원 수준으로 급등했지만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4지구(1579가구)는 사업 속도가 빠른 데다 입지도 나쁘지 않다. 전략정비구역에서 가장 오른편에 위치해 영동대교가 가깝다. 4지구 내에 위치한 강변임광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4월 20억원에 실거래됐다. 호가는 22억원에 달한다. 같은 지구 내 강변금호타운 전용 84㎡도 호가가 20억원을 넘어섰다.

2지구는 강변북로 지하화가 현실화될 경우 최대 수혜지로 주목받는다. 지하화를 통한 대규모 공원이 1지구의 절반과 2지구 전체를 가로질러 조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4개 지구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점은 변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성수 1~4지구 중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1지구가 단연 돋보인다. 사업 진행은 느리지만 강변북로 지하화 계획 수혜지인 2지구도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인근 아파트 단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성수동 일대 집값이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는 덕분이다.

올 초 입주한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경우 전용 200㎡가 최근 60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평형 분양가가 35억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 대비 2배가량 치솟은 셈이다. 전월세 가격도 강남권 아파트 못지않게 높다. 전용 262㎡ 전세 매물이 85억원 선에 나와 있다. 초대형 평형이기는 하지만 머지않아 전셋값 100억원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지하 5층, 지상 49층의 280가구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다. 전용 91~273㎡ 규모로 주로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됐다. 한강은 물론 서울숲, 남산 뷰까지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갖췄다. 덕분에 2011년 준공된 갤러리아포레(230가구), 2017년 준공된 트리마제(668가구)와 함께 강북권 랜드마크 단지로 주목받는다.

갤러리아포레는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2호선 뚝섬역 등이 가깝고 성수대교를 건너면 곧장 압구정동과 연결된다. 전용 170㎡의 경우 올 5월 41억원에 실거래됐다. 트리마제도 전용 136㎡가 지난 5월 43억9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37억원) 대비 7억원가량 뛰었다. 2014년 분양 당시만 해도 3.3㎡당 4000만원을 넘는 고분양가 탓에 미분양 물량이 많았지만 입주 이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한류스타 BTS 멤버 제이홉을 비롯해 슈퍼주니어 이특·은혁, 소녀시대 태연·써니 등이 트리마제 주민이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인근 서울숲동아, 장미아파트도 머지않아 고급 신축 아파트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다. 서울숲동아 전용 52㎡는 올 3월 12억4000만원에 실거래돼 지난해 6월(9억7000만원) 대비 2억원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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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최영재 기자>


▶투자 변수는 없나

▷사업 초기 단계, 거래 규제 변수

전문가들은 향후 성수동 부동산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강 조망권, 숲세권을 갖춘 데다 업무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직주근접 메리트까지 더해지는 덕분이다.

실제 성수동은 초고층 고급 주거 단지뿐 아니라 대형 연예기획사, 유명 스타트업이 모여들며 부동산 시장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연예기획사 SM은 최근 사옥을 서울 압구정동에서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업무동 빌딩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패션 유니콘으로 유명한 무신사도 성수동의 한 공유오피스로 사무실을 옮기는가 하면 841억원을 들여 성수동 일대 건물, 토지까지 매입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도 성수동에 신사옥을 짓기 위해 650억원을 들여 땅을 매입했다.

상권도 환골탈태했다.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대거 들어선 덕분이다. 2030 젊은 층 유동인구가 몰리면서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으로 떠오르자 상가, 꼬마빌딩 투자 수요도 부쩍 늘었다. 배우 하지원 씨는 지난해 성수동2가 8층 규모 대지면적 257㎡ 빌딩을 100억원에 매입했는데 3.3㎡당 매매가가 1억2800만원에 달해 화제에 올랐다. 배우 이정현 씨는 2018년 당시 43억6000만원에 사들인 성수동1가 빌딩을 올 5월 70억원에 매각해 26억원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수동에 개발 호재가 잇따르지만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에 실패하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이 또다시 벽에 부딪힐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성수동의 경우 강북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았지만 강남권에 비해 학군이 취약하다는 점도 변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만큼 주택, 상가 등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심지어 거래가 막힐 수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재개발 투자 수요 차단을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재개발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시도지사가 기준일을 별도로 정해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투자는 어디까지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상보다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추진 속도가 더뎌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 무리한 차입을 통한 투자는 지양하고, 지분을 사더라도 현금 청산이 아닌 아파트 입주권을 보장받는지 철저히 체크해야 한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의 냉정한 진단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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