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볼 때 이번 판단을 가르는 핵심 쟁점은 "후보 선출은 선거일(내년 3월 9일) 180일 전까지 해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당무위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라는 당헌 제88조 적용이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송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에게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지도부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상당한 사유에 대한 유권해석 주체는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라고 정리한 것이다. 결국 경쟁 정당보다 수개월 먼저 후보를 뽑은 것은 전략적으로 불리하다거나 코로나19 탓에 대규모 대면 집회 형태의 전당대회가 불가능하여 흥행이 어렵다거나 하는 연기파들의 논거가 상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지도부가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서 상당한 사유라는 결론에 이르면 연기 여부가 당무위 안건에 오르겠지만, 아니라면 시기는 변경되지 않게 된다. 86 그룹이자 율사 출신인 송 대표의 이런 견해는 상식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정당의 헌법 격인 당헌 조문에서 '다만' 앞에 서술된 문구는 원칙을, 이후는 예외를 일컫고 그 예외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최근 한 TV 방송에 나와 "천재지변이나 후보자 유고 같은 사유가 아닌 후보자별 유·불리에 대한 해석을 상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해 방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논쟁을 주도한 연기파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경쟁과 흥행을 고려한 충정에서 연기를 주장하는 거라 말한다. 1강 이재명 지사를 추격하기 위한 시간 벌기 목적 등 정략의 산물이란 비평이 억울하기까지 한 눈치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원칙을 지켜야 신뢰를 얻는다거나 상대 당보다 후보를 일찍 내고 예측 가능한 정치로 집권당의 안정감을 보여야 한다는 유지파들의 논거 역시 충정에서 나온 거라 주장되긴 마찬가지이며 설득력도 똑같이 있다는 점이다. 대선 때만 되면 같은 논쟁이 되풀이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헌·당규의 원칙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행 당헌의 대선 180일 규정은 작년 8월 이낙연 대표 체제를 수립한 전대 때 대선후보 선출 절차가 특별당규로 제정되며 거듭 합의된 내용 그대로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렸다고 해서는 당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뿐이다. 논리란 갖다 붙이기 나름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후보를 일찍 세우면 약점이 오래 노출되어 불리하단 말은, 장점이 긴 시간 표출되어 유리하단 말로 뒤집힌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출범시킨 미국의 지난 대선에선 코로나 탓에 화상 전대를 치른 민주당이 그보다 화려하게 전대를 치른 공화당을 이겼다. 선거 승패는 그런 것에 좌우되지 않을뿐더러 그래선 좋은 정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문제는 또 어떤가. 지난해 8월 전대에 맞춰 '100일 전 선출' 수정안이 검토되다 폐기됐을 때 당시 안규백 전대준비위원장은 한 언론에 정기국회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초심을 잊고 무원칙하게 동요하는 정당이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 이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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