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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하자!" 치매 앓는 남편의 '두 번째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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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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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환자인 남편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미국 여성의 사연이 전해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오 헬로 알츠하이머'(Oh Hello Alzheimer's)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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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지난해 12월, TV 앞에 있던 피터가 갑자기 소리쳤다. 어리둥절해진 아내 리사가 "뭘?" 하고 되묻자 남편 피터는 TV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영 중인 쇼 프로그램에서 결혼식 장면을 비추고 있었다. 리사가 남편을 바라보며 "결혼하고 싶어?"하고 묻자 피터는 해맑게 웃으며 "응!"하고 대답했다. 피터의 답변에 잠시 고민하던 리사가 말했다.

"그래, 그럼. 결혼해야지."

하지만 피터는 다음 날이 되자마자 자신의 '두 번째 청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내 리사와의 첫 번째 결혼식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피터는 리사를 아내가 아닌 가장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다. 결혼했다는 사실은 물론 리사와의 관계마저 잊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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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리사. /사진='오 헬로 알츠하이머'(Oh Hello Alzheimer's)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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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코네티컷주(州)에 사는 피터 마셸(56)과 리사 마셸(54) 부부의 두 번째 결혼식 소식을 전했다. 알츠하이머병(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피터의 머릿속은 자신의 결혼식 장면마저 지운 상태다.

결혼식과 각종 행사 기획을 맡고 있는 리사의 딸 사라(32)는 이 소식을 접한 뒤 여러 업체와 함께 결혼식을 준비했다. 결국 피터와 리사는 지난 4월 26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피터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건 지난 2018년이다. 당시 그는 1년 전부터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거나 단어를 기억해내지 못하기 시작했다. '비행기'라는 단어 대신 '하늘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식이었다. 리사는 "이전까지는 알츠하이머가 노인들이 걸리는 병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피터가 진단받았을 당시 나이는 53세였다.

남편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리사는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고통스럽지만 긍정적으로 지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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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리사. /사진='오 헬로 알츠하이머'(Oh Hello Alzheimer's)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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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이 심각해진 피터는 두 번째 결혼식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특별했던 결혼식은 부부의 마음 속 깊이 담겨 있다. 리사는 "동화에 나오는 것 같은 마법같은 장면이었다"며 "남편은 나를 바라보며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리사는 현재 피터의 일상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계정 '오 헬로 알츠하이머'(Oh Hello Alzheimer's)를 운영 중이다.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취지다. 그는 "사람들이 항상 '고마워요,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온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jin855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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