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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신변보호 경찰한테 성폭행"…탈북여성, 무혐의에 반발해 '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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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신변보호담당관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

검찰 10개월 수사 끝에 '무혐의' 결론…"증거 불충분"

피해 여성 "남한 사정 잘 모르는 점 이용…저항 못했다"

"가해자가 '남한에선 40~50대 성관계는 유희'라고 말해"

CBS노컷뉴스 서민선·김태헌 기자

노컷뉴스

스마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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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북한이탈주민(새터민) 여성을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에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피해 여성이 "범행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다수 존재한다"고 반발하며 항고했다.

22일 새터민 여성 A씨 측은 "'서초경찰서 B 경위의 강간 등 사건'에 관해 서울동부지검에서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으나, 이는 부당하므로 불복해 항고를 제기한다"며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접수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현주 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B 경위의 강간·유사강간·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에 대해 전부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사유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A씨 측은 "범행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다수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녹취록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보면 B 경위가 범행을 인정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항고장에 따르면 B 경위는 A씨가 성폭행에 항의하자 "내가 사람의 탈을 쓰고 개승냥이 짓을 했다", "내가 쓰레기다, 인간 쓰레기", "참 짐승 같은 짓 많이 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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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씨 측은 북한에서 탈북해 남한 사정을 잘 모르는 점을 B 경위가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첫 범행 후 A씨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B 경위는 '남한에서는 강제적인 성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40~50대 연령대 사이에서 동의 없는 성관계는 유희이자 오락이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A씨 측은 "가해자는 오히려 피해자가 남한의 문화를 모른다고 나무랐다"며 "북한 이탈주민인 피해자는 경찰 간부이자 신변보호 담당관인 가해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남한에서는 원래 이런 식의 성관계가 성문화'라고 오인해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폭행을 당한 후 피해자의 반응은 피해자가 자라 온 환경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피해자와 가해자의 각 사회적 지위, 범행 후 가해자의 태도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다"며 "이 사건 이후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 등에서 적극적인 분노나 항의의 표현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행이 아닌 '화간'이라고 판단한 것은 지극히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A씨 측은 고소장에 예비적 죄명으로 기재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대로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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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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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측은 "B 경위는 신변보호담당관으로 업무를 보던 중 피해자를 알게 됐으므로 '업무상 관계'는 충분히 인정된다"라며 "B 경위는 새터민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영향력이 큰 사람인데, 피해자가 아무런 위력을 느끼지 않고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며 성관계에 동의할 수 있었는지 심히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B 경위는 서초서 소속이지만 신변보호담당관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했는데, 단순히 A씨의 주소가 서초서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관계가 아니라고 검사는 판단했다"며 "새터민 커뮤니티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B 경위가 그들 사이에서 유명세가 얼마나 있었는지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범행 이후 A씨가 B 경위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친밀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그 전에 있던 성관계를 서로 동의한 것으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어떤 심정인지, 탈북민 여성이 사법경찰관에게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 그 심리상태는 어떠했는지 일말이라도 고민조차 하지 않은 편협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A씨 측은 "검사는 이 사건의 특수성, 여성 탈북민과 신변보호담당관의 관계, 탈북민의 성의식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내림으로써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안겨줬다"며 "피해자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과 그 이유를 접하고 '과연 대한민국의 인권이 북조선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라며 제3국으로 망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더 이상 인권침해로부터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부디 B 경위에 대한 재수사를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앞서 A씨는 B 경위가 2016년 5월부터 약 1년 7개월에 걸쳐 총 10여차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검에 지난해 7월 28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으로 이관 처리됐고, 약 10개월 만에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 B 경위는 A씨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A씨를 무고 및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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