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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친구 아파트 놀이터 가도 되나요” 갈가리 찢긴 다섯살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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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사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아도 되냐고 묻는 유치원생의 포스터가 갈가리 찢겨 버려진 사진을 놓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 19일 트위터에 올라온 유치원생의 포스터(왼쪽). 이 포스터는 20일 갈기갈기 찢긴 채 발견됐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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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아파트 놀이터 앞 커뮤니티 센터에 붙어있는 것 좀 봐달라”며 유치원생들이 손수 만든 듯한 포스터 한 장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속 포스터에는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삐뚤빼뚤하게 ‘저희도 놀이터에서 놀아도 되나요?’라는 제목이 쓰여있다. 이어 ‘안녕하세요? 저희는 OOO 유치원 어린이에요. 우리 반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궁금해서 놀러 가고 싶어요. 친구와 함께 놀이터에서 놀아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포스터 맨 아래에는 이 글을 쓴 작성자를 표시하듯 ‘OOO 유치원 5세 1반'이라고 쓰여있다.

자신들이 놀이터에서 놀아도 되냐고 묻는 질문 아래에는 찬성과 반대 투표를 할 수 있는 네모 칸을 그려놓았다. 찬성 칸에 스티커 수십 개가 빼곡히 몰렸지만, 일부는 반대 칸에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이 포스터 모퉁이에는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작성한 듯 필기체로 ‘유치원에서 ‘마을’에 대해 배우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6월 23일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 30분 이용 예정이다. 감사하다'고 쓰여 있고, 그 밑에 ‘6월 21일 수거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포스터를 처음 올렸던 트위터 이용자는 다음 날인 20일 포스터가 갈기갈기 찢겨 바닥에 버려진 모습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이 이용자는 “오늘도 잃어버린 인류애”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사진이 3200회 공유되는 등 확산하며 공분을 자아내자 “너무 심하게 미워하지 말아달라”며 “바로 옆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멋모르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했을 것”이라고 썼다.

일각에서 ‘부유층 아파트 단지에서 미관에 좋지 않다고 빈곤층 아이들 출입을 막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 이용자는 “누구도 놀이터 출입을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어린이집에서 교육차 (포스터를)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포스터를 올린 유치원 선생님이 연락을 취해 찢어지기 전 포스터 사진을 아이들과 공유해도 될지 물어 흔쾌히 허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동심을 찢어버렸다” “한 시간 놀겠다는 것에도 이렇게 야박하게 굴다니”라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파트 주민이 우선인 게 당연하다”거나 “관리비 내는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할 수도 있다”“포스터도 허락받고 붙였어야 한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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