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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국은 왜 대만에 '화끈한 선물' 250만회분 모더나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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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 최전선·반도체 공급망 핵심' 전략적 중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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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위안 공항서 미국 정부가 보낸 백신 도착 환영하는 천스중 대만 위생부장(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총력전을 펴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대만에 모더나 백신 250만회분 무상 지원이라는 '화끈한 선물'을 안겼다.

미국이 치열한 미중 신냉전의 최전선이자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지역인 대만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이번 백신 지원을 통해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무상지원하는 모더나 백신 250만회분이 지난 20일 대만에 도착했다.

미국 정부는 여러모로 이번 백신 지원을 통해 지역의 핵심 파트너인 대만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안팎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시기적으로 대만은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최우선 지원 대상 중 하나다.

이달 들어 미국 정부는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와 직접 지원을 통틀어 세계 각국에 총 8천만회분의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실제 지원이 이뤄진 것은 한국, 멕시코, 캐나다, 대만까지 아직 4곳에 불과하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과 국경을 맞댄 '방역 공동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만은 한국과 더불어 세계적으로도 최우선 지원 대상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과 대만의 지원 내용을 다시 비교해보면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

인구 5천100만여명의 한국에는 백신 100만회분을 줬는데 인구 2천300여만명의 대만에는 백신 250만회분을 줬다.

대만이 받은 백신은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이상에게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 물량이라는 점에서 대만이 상대적으로 더 큰 '선물'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백신 종류에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는 미국에서 선호도가 낮은 얀센 백신을 줬는데 대만에는 미국이 여간해선 해외 지원에 내놓지 않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전령RNA) 백신인 모더나 제품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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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도착한 미국 정부 지원 모더나 백신
[AP=연합뉴스]


이처럼 미국이 대만을 최우선으로 강력히 지원한 것은 대만의 백신 부족 상황을 이용해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뒤늦게 코로나19의 '1차 유행'이 시작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공급은 부족해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작년 재선 성공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대만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6%대에 그쳐 세계 최하위권이다. 중국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주겠다면서 '백신 평화 공세'에 나섰고 야당인 국민당이 이에 동조하면서 차이잉원 정권은 수세에 몰렸다.

미국 국무부는 "정치적·경제적 조건에 근거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백신 지원은 위기에 처한 대만 정부에 대한 '지원 사격'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AP통신은 "미국이 대만에 250만회분 백신을 지원한 것은 한편으로 5월 이후 방역 상황이 나빠진 대만을 도우려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만이 중국의 압력에 맞서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황제정(黃介正) 담강대 전략대학원 부교수는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단기적으로 미국에 대한 대만인의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대만의 백신 부족을 이용하려는 중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한 가운데 반도체 산업 중심지인 대만이 미국의 최우선 지원 대상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이번 백신 지원은 미 자동차 제조업체 등에 필수적인 컴퓨터 칩과 같은 전략 물자에 대한 안전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대만이 협력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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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중 신냉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보유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대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어 산업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은 대만과 관계 격상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0일(현지시간) "TSMC의 지배력 때문에 전 세계가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분석하는 기사를 내놓을 정도로 TSMC는 세계 첨단 산업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기술기업이 됐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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