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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폐암신약 ‘렉라자’로 글로벌 시장 도전하는 유한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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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도 용인시 유한양행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실험을 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기술수출한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정(성분명 레이저티닙)’이 오는 7월부터 건강 보험 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산 신약이 국내 시장에 시판되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계획을 세웠다.

◇ 조욱제 대표 “신약 개발에 혼신의 노력 다해야”

22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조욱제 대표는 지난 18일 창립 95주년 기념사로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제약 50대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힘차게 나가야 한다”며 “렉라자를 국내시장에 안정적으로 성공시키고, (나아가) 글로벌 임상을 차질 없이 진행해 세계 시장에 출시하고,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육성해 나가자”고 했다.

조 대표는 “항암제, 비알콜성지방간염, 당뇨, CNS 질환 등 총 30개의 신약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조기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는 “혁신 신약 개발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며 “반드시 혁신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다짐을 해야만 한다”라고도 했다. 조 대표는 이날 기념사에서 ‘신약’이라는 단어는 7번, ‘혁신’이란 단어는 5번 반복했다.

조 대표가 신약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라’고까지 강조한 것은 유한양행이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인 ‘렉라자’의 성과가 가시권에 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폐암 치료제인 렉라자는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번째 국산 신약 허가를 받았고, 이르면 오는 25일 건강 보험 급여 지정을 받아, 오는 7월 1일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부터는 국내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다.

여기에 얀센은 현재 렉라자만 단독으로 쓸 때의 효과와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신약 ‘아미반타맙’을 함께 쓸 때의 약효를 각각 알아보는 글로벌 추가 임상을 하고 있다. 렉라자는 이런 글로벌 임상이 마무리되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처방이 가능해진다.

렉라자는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 치료제로 분류된다. 대다수 폐암 환자는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이 가운데 30~40%는 EGFR 변이 진단을 받는다. 이런 환자들은 1, 2세대 표적치료제를 이미 사용한 터라 약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렉라자는 이런 환자에게 쓰는 치료제다.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쓸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 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타그리소의 연 매출은 5조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임상에서 렉라자의 효능이 타그리소와 유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업계는 돌발변수만 없다면 타그리소가 독점하다시피 한 이 시장을 렉라자가 일정 부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3세대 시장 절반만 잡아도 로열티 연 2000억원

제약업계에서는 렉라자 연 매출이 타그리소의 절반만 돼도 유한양행의 로열티 수입(매출의 약 8~10% 추정)은 매년 2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단순 로열티를 넘어 원재료 수출까지 고려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한양행이 렉라자로 대박을 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있었다. 렉라자는 국내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발굴한 물질을 유한양행이 기술이전 받아 다듬은 것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계약금 15억원을 주고 기술이전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9년 이를 1조4000억원을 받고 미국 얀센에 기술수출했고, 계약금으로만 5000만달러(약 560억원)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이 밖에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명목으로 지난해 한해 약 1억달러(약 1132억원)를 받았다고 한다.

유한양행은 이른바 ‘넥스트 렉라자’로 30개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를 보유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길리어드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NASH 치료제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알레르기 치료제 ▲자체 개발 비만 치료제 등이다.

유한양행은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의 지분을 매입하고, 이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왔다. 지금까지 유한양행이 투자한 바이오벤처만 40개, 금액으로는 4374억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몸값이 뛰어 오르면서 이 기업들의 현재 가치는 8000억~9000억원까지 올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2225억원)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이 다시 R&D에 재투자되고 있다”고 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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