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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분리? 관사에서 마주쳐" ... 공군 성폭력 매뉴얼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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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공군부대 현장점검 결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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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은 많았으나 허술했고, 그나마 제대로 작동한 건 하나도 없었다."

최근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부사관 사망사건이 발생한 공군 부대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현장점검 결과는 이 한마디로 요약됐다. 다른 기관과 비슷한 수준의 제도와 매뉴얼은 얼추 갖춰져 있었으나, 철저한 상명하복을 기반으로 한 계급사회인 군부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고, 구성원들의 문제의식과 이해도도 지극히 낮았다.

22일 여가부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공군본부 포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여가부가 현장점검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은 세 가지. ①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제도 ②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조치 ③사건처리 시스템과 예방교육이다.

허울뿐 매뉴얼로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매뉴얼, 보고 체계, 재발방지 대책 모두 문제였다. 사건 처리, 피해자 지원을 위한 규정은 있지만 내용은 모호했다. 매뉴얼 내용이 부실하니,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만 해도, 사무공간에서 떼어놓는 내용만 있을 뿐 거주공간인 관사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빠져 있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군 특성상 관사 분리가 필요하지만 관사를 옮기려면 부대를 전출시키는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엔 조사 과정이 남아 있다"며 "매뉴얼에 적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는 관리자라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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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방지 대책은 겨우 워크숍 한 번?


보고 체계는 '사건 발생 후 즉시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국방부에 보고할 것'이라는 내용만 규정돼 있었다. 피해자 보호나 사건 처리 경과에 대한 사후 보고 규정은 없었다.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려는 노력도 없었던 걸로 보인다. 재발방지 대책을 단순 교육이나 워크숍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의지가 없으니 재발방지 노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여가부의 진단이다.

피해자 보호와 사건 처리 시스템, 예방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졌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 지휘관을 통해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업무 권한 자체가 약해 지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동성 변호인과 수사관을 배치하는 원칙도 글로만 적혀 있을 뿐 배치할 인력이 부족했으며, 2차 피해 예방 교육, 지휘관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도 구체적으로 정리된 게 없었다.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성고충심의위원회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와 2차 피해 방지 지침,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운영된 적조차 없다. 규정에만 나와 있는 조직인 셈이다. 징계위원회는 내부 위원과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외부위원은 의결권이 없어 내부자들의 의견으로만 결정이 나는 구조였다.

예방교육은 실질적 사례 중심 콘텐츠가 부족하고, 간부(영관 장교 미만)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500명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듣는 일방적 강의였다.

여가부는 이 같은 점검 결과를 국방부의 성폭력예방 제도개선 전담 태스크포스(TF)에 전달한다. TF가 마련 중인 재발방지 대책에 여가부의 목소리가 담기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또 여가부가 관계부처 협의체로 운영하는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통해 국방부의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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