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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년 전 그 쿠팡물류센터에선…화재 대피한 알바생에 직원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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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진=연합뉴스(좌), 네이트판 캡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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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큰불이 나 진압에 나선 소방관 한 명이 안타깝게 순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3년 전 해당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한 아르바이트생이 화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올린 글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알바생은 당시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관계자들이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8년 2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 덕평 물류센터'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에 따르면, 이날 쿠팡 물류센터에선 담배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 연기가 가득했지만, 안내 방송이나 직원들의 별다른 안내는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 A 씨는 동료들과 불안한 마음에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그러자 쿠팡 측 직원은 대피한 사람들에게 "일하는 시간에 자리 이탈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 "어서 자리로 돌아가서 일 시작하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A 씨는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도 않았는데 자리로 돌아가라는 직원의 지시에 사무실에 있는 담당자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퇴하고 집에 가라"였습니다.

쿠팡 측의 안일한 대응에 화가 난 A 씨는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어떻게 계속 일을 하냐" "개인 사정으로 인한 조퇴가 아닌데 개인적인 피해를 보며 조퇴를 해야 하냐"고 항의하며 관련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지만, 담당자들은 "알리면 되겠네요" "알리세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A 씨는 이날 있었던 일을 전하며 "오늘은 정말 작고 쉽게 끌 수 있는 불이었지만, 물류센터는 박스로 가득한 곳이고 바람 때문에 크게 번질 위험요소가 많은 곳"이라며 "핸드폰을 모두 반납하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 더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리자들이 안전을 가볍게 여기고 최소한의 안전도 지켜주지 않았다"며 "직원들의 잘못된 안전불감증을 알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린다"고 했습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일한 적 있다는 또 다른 누리꾼은 게시글 댓글을 통해 "여기 박스 엄청 많고, 불 번지기 딱 좋은 환경이던데 대처를 저런 식으로 하느냐"라고 지적하며, "사람 목숨보다 로켓배송이 더 중요한가"라고 남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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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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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 제보하니 '양치기 소년' 취급"…쿠팡 화재 최초 목격자, 청원 글 올려

이번에 발생한 화재사고도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였단 지적이 나옵니다.

어제(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 B 씨는 "저는 지난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 근무 중이었으며, 언론에서 말하는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그 노동자"라고 했습니다.

이날 1층에서 근무했다는 B 씨는 "새벽 5시 10분~15분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다른 날과 같이 화재 경보가 오작동이라고 인식했다"고 했습니다. B 씨는 해당 물류센터에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로부터 10분 뒤 진짜 불이 난 것을 확인한 B 씨는 동료들과 대피하면서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화재 사실을 알렸지만, 관계자들의 반응은 태연했다고 합니다.

B 씨는 "(관계자들이) 듣는 척도 안 하더니, 끝까지 웃기만 하면서 (화재) 제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엄청 크게 계속 웃으며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돼요'라고 말했다"라고도 했습니다.

이어 "17일 화재 당일부터 19일 소방대장님의 참사 소식을 들을 때까지 저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다"며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던 그 시간에 차라리 핸드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을 켜고 신고를 했다면, 대형 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돼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났으려나"라고 했습니다.

B 씨는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 등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었다"며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는 화재 당일에도 대피 방송이 아닌 노동자들 스스로 모두 빠져나올 때까지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이미 3년 전 담뱃불로 인한 화재 사고가 있었다"면서 "3년 만에 또 겪는 화재였는데도, 3년 전 화재 사고에 대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변화 없는 심각한 안전불감증까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고가 돼 버렸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B 씨는 "이번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에 관련 처벌 대상자들은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며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으로 인해 막을 수 있던 참사까지 겪는 일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올바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이를 꼭 시행해 개선하도록 끝까지 힘써달라"고 했습니다. 이어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남겼습니다.

지난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한 명이 순직했습니다. 김동식 경기 광주소방서 119 구조대장은 대원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실종됐습니다. 당시 김 대장은 불길이 세지면서 대피 명령이 떨어지자, 후배 대원들의 뒤를 봐주며 건물 밖으로 나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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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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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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