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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돈 못벌기가 더 어렵다"…'라방' 메카 된 中오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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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 가내 수공업 결합' 주효

가성비로 中 공연복, 日 관 시장 등 석권

쇼핑몰만 1만8000개, 귀향 창업 8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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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현에서 판매하는 중국 전통 복장 [북경상보 캡처]


“차오현의 침대 하나가 상하이의 집 한 채보다 낫다”

요즘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산둥(山東)성 서남부의 오지인 차오현(曹縣)이 '라이브 커머스(라방)'의 메카로 주목을 받으면서다.

이런 차오현 띄우기에 나선 건 현지 인플루언서 왕훙(網紅)이었다. 이후 중국 네티즌은 “‘우주의 중심’ 차오현”, “베이징·상하이·뉴욕보다 차오현에서 떠도는 것이 낫다”며 차오현을 소재로 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을 연신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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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 차오현”, “베이징·상하이·뉴욕보다 차오현에서 떠도는 것이 낫다”며 차오현을 소재로 중국 네티즌이 만든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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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은 차오현”이라면서 차오현 띄우기에 나선 중국 SNS 인플루언서.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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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현 광풍'에 주류 매체도 나섰다. 경제지 북경상보가 22일 자에차오현 현지 취재기를 실었다. 네티즌들은 기사 속 문장을 해시태그(검색어) “#차오현한푸 사장이 말하는 하루 1만 위안 벌기 너무 쉬워요(#曹縣漢服賣家説一天掙萬把塊很簡單#)”로 만들었고, 하룻밤 2억 건이 넘는 '광(逛)클릭'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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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지 북경상보의 차오현 현지 취재기로 만든 검색어가 중국식 트위터인 웨이보 해시태그로 올라가 하룻밤새 2억1000만 건의 클릭을 기록했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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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지금 장사해서 하루 1만 위안(175만원) 벌기는 정말 쉽습니다. 오늘 5000위안 벌겠다고 생각하면 5000위안을 100% 벌 수 있어요.”

차오현 관할 행정구역인 다지전(大集鎮)의 간판도 없는 가게에서 14억 전 중국을 상대로 중국 전통 복장인 한푸(漢服)를 만들어 파는 왕싼거(王三哥) 사장이 북경상보 기자에게 한 자랑이다. 왕 사장의 매장은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서 ‘라방’을 한다. 대도시 매장에서 한 벌에 199~499위안(3만5000원~8만7000원)을 부르는 한푸를 단돈 49위안(8500원)에 판매한다. 비교 불가한 가성비가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거래가 한 건으로 끝이 아니다. 생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왕 사장은 추가 할인을 내세워 다른 제품 링크를 보여 준다. 거래가 한 건 늘면 20위안(3500원)씩 수입도 늘어난다. 하루 200만원 벌이가 어렵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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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현 다지전의 타오바오 산업단지. 생방송 판매 교육비 무료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북경상보 캡처]


이같은 경쟁력에 중국 한푸 시장의 1/3을 차오현이 석권한다. 1년 매출만 19억 위안(3324억원)을 기록 중이다. 차오현의 돈벌이는 한푸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장례용 관(棺) 시장의 90%를 차오현이 독점한다. 중국 내 드라마 영화 열풍에 힘입어 만개한 공연복 시장의 70%도 차오현 제품이다.

리저(李哲) 다지전의 전자상거래 관리실 주임은 “다지전에 현재 1만8000개 타오바오 매장이 있고, 80% 주민이 연출 복식 가공 및 유통 산업에 종사한다”며 “2019년 전자상거래 매출이 70억 위안(1조2300억원)에 육박했다”고 북경상보 기자에 전했다.

범접할 수 없는 가성비, 여기에 '온라인 마인드'가 결합하면서 차오현에 포진한 무수한 휴대폰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라방’ 신화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다지전 타오바오 산업단지에 소재한 창순(昌順) 자수공장의 마더궈(馬德國) 사장은 “하늘이 내린 때와 지리적 이점, 사람의 조화가 모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돈을 벌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다지전의 타오바오 단지는 2016년 조성됐다. 인쇄·자수·의류·사진·물류 센터가 도로 양쪽에 빽빽하게 들어섰다. 완성품 의류 도면 한장만 있으면 포장 판매까지 400m 거리에서 며칠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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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현의 한 타오바오 산업단지 입구 간판. 차오현 관할 다지전에만 1만8000개 타오바오 매장이 영업하고 있다. [북경상보 캡처]


이같은 차오현 신화는 한 공무원의 선견지명에서 시작됐다고 북경상보는 전했다. 지난 2013년 다지전딩러우촌(丁樓村)은 가내 수공업 작업장이 늘어나면서 화재 예방이 과제로 떠올랐다. 마침 막 취임한 쑤융중(蘇永忠) 다지전 당서기가 딩러우촌으로 현장 지도에 나갔다. 쑤 서기는 현장에서 가내 수공업과 인터넷 쇼핑의 결합을 떠올렸다. 비즈니스 가능성을 포착한 쑤 서기는 즉시 딩러우촌의 “가내 수공업식 전자 상거래” 모델을 전 지역으로 확대 보급했다. 이 아이디어가 결실을 보면서 당시 15만2000명에 이르던 빈곤층 인구가 모두 가난에서 벗어났다. 빈곤한 농촌이던 다지전의 3차 산업 비중이 50%로 급증했다. 귀향 창업도 늘며 취업 인구가 8만6000명을 기록했다. 정부의 포상이 뒤따랐다. 국무원이 지정한 중요 정책 이행에 따른 구체적 성과 지역 리스트에 올라갔다.

차오현은 전자상거래를 활용해 빈곤을 구제한 모범이자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는” 전형적인 경제 개발 노선의 모델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기층 행정단위인 군현이 다스려져야 천하가 평안하다(郡縣治天下安)는 말이 전해 온다. 차오현 신화는 중국이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외 쌍순환을 상호 촉진한다’는 이른바 신발전 구도와 맞물려 새로운 ‘경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둥즈후이(東志輝) 인민대 농업농촌발전학원 교수는 “차오현의 경험의 확산과 복제에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라방’이 지방 농촌 경제에 더욱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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