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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은 금안보고서]"기업 구조조정 지연, 자산가격 고평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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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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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200% 초과 기업비중 15.3%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10곳 중 4곳

금리인상시 취약차주 연체율 2.0%포인트 ↑

자산가격 고평가 가능성 높아…주택가격 큰 폭 하락가능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한국은행이 폭증한 민간부채를 경고하고 나선 데는 금리인상 같은 ‘트리거(방아쇠)’가 당겨질 경우 그동안 쌓였던 빚이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가계·기업빚이 국내총생산(GDP)을 2배 이상 웃돌 정도로 늘어났고, 빚으로 부동산이나 주식·가상화폐(가상자산)에 투자한 경우도 많아 자산거품이 꺼지면 부채가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한은은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뿐 아니라 기업 등 취약한 차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전에 경제 주체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실기업이 구조조정되지 않아 한계기업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본다"며 "금리인상을 3~4개월 가량 앞두고 한은이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지원 장기화, 기업 구조조정 지연"

22일 한은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기업비중은 2020년 6월 말 12.4%에서 작년 말 15.3%로 늘었다. 2013년(15.7%) 이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체 기업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81.1%에서 77.2%로 하락했지만, 부채가 200%를 초과할 정도로 어려운 기업들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은이 기업 2520개를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취약기업 비중은 39.7%로 40%에 육박했다.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영업손실로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 비중이 28.9%에서 32.6%로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도 3월 말 기준 831조8000억원 규모로 대폭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고금리 대출 비중이 상승하며 대출의 질도 악화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취약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정상기업으로 되돌아오기도 어렵고, 부도로 전환되는 비율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은이 보고서에서 이례적인 금융지원 조치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기업경쟁력과 존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수시로 모니터링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지연되면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바람직한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정부가 숙고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계, 금리인상 시 취약 부문 대출 연체 가능성 커

올해 1분기 말 기준 1765조원 규모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문제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가 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 말~2019년 1분기)에는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2.0%포인트 오르는 반면, 비취약차주 연체율엔 변화가 없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고DSR 차주 그룹도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이 0.3%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되면 신용위험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기관은 대내외 여건 변화 시 가계 취약 부문의 연체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대출전략을 수립·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자산가격 고평가 가능성 높아…주택가격 큰 폭 하락가능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자산가격의 상승은 위기 이후 경기회복 기대를 선반영하는 측면이 있지만,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선호 성향이 강화된 만큼 일부 자산 가격은 고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밝혔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은 장기추세와 소득대비 비율(PIR) 등 주요 통계지표를 통해 평가할 경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됐다"고 밝혔다.


또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시 디레버리징이 발생하며 주택가격이 큰 폭 하락할 수 있다"며 "금융불균형이 누증되면서 주택가격의 하방리스크가 작년 1분기 이후 크게 확대됐다"고 전했다. 소득대비 높아진 주택가격 수준, 누적된 신용레버리지가 주택가격 상승률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주식의 경우,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무위험자산(국채) 대비 초과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낮아져 위험선호 성향이 증대됐음을 시사하지만, 주당 순이익대비 주가(PER)는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봤다. 회사채의 경우 국고채대비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장기평균을 하회하고 있는 점에 비춰 채권투자의 위험선호가 과거보다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암호자산의 경우 주식배당 등과 같은 기초현금흐름이 없고 유무형의 편익 발생 가능성이 최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암호자산 가격의 급상승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한은은 "자산가격 고평가가 지속될 경우 대내외 충격에 따른 대규모 가격조정의 가능성을 높여 금융안정 및 거시경제 안정성을 저해하고 자산 불평등의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자산투자는 개별 경제활동에 속하지만 그 집합적 결과가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에 영향을 주는 만큼 민간신용 확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에 대해 지속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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