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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현정의 현장에서] 코인 구조조정...대혼란의 가상자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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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대혼돈의 절정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앞두고 가상자산시장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시작은 금융 당국발 규제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는 것이 그중 하나다. 이에 실패한 거래소는 영업이 불가능하다. 거래소들이 잡코인 청산 작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가차 없이 칼을 빼 들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코인 29종을 상장폐지키로 했다. 거래 규모 2위인 빗썸도 코인 4개를 없애기로 했다. 거래 규모 5위권인 프로비트 역시 코인 145개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코인 가격은 곧장 반 토막 났다. 거래소들의 기습적인 코인 정리의 여파다. 투자자들은 울분의 비명을 지른다. 이 같은 초고속 상장폐지는 이례적이다. 거래소는 통상적으로 유의 종목 지정 이후 한 달의 기간을 거친 뒤 상장폐지를 확정한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관성 없는 상장폐지의 기준도 투자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특정 거래소에서 상장폐지키로 한 코인은 다른 거래소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같은 코인이어도 거래소에 따라 운명이 다른 셈이다. 거래소 측은 “코인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장폐지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상장폐지의 기준에 투자자들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상장폐지 당한 코인 발행사도 분노하긴 마찬가지다. 일부 코인 발행사는 거래소와의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 상장폐지 통지를 받은 피카 프로젝트는 업비트가 상장수수료를 요구했다고 폭로했고, 이에 업비트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반면 가장 평온한 쪽은 금융 당국이다. 최근 거래소에 코인의 상장폐지 현황자료 제출 요청을 한 걸 제외하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마저도 업비트가 일부 코인의 원화 거래를 갑자기 중단하고 나서야 이뤄졌다. 시장에 공만 던진 채 지켜보는 셈이다.

특금법 시행은 이제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적게는 60곳 많게는 200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금법의 첫 관문인 정보보호관리 체계의 인증을 받은 곳은 20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두 번째 관문인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네 곳에 그친다. 이들 역시 이번에 계정을 재발급받아야 한다. 남은 석 달 동안 ‘피의 구조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특금법 시행의 결과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 상황이 최악이 아님은 분명하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거래소들의 줄폐업 이후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파국에 이를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은 방향성만 제시한 채 뒤로 빠져 있다. 곳곳엔 폭탄이 도사리고 있지만 당국의 존재감은 전무하다.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적 대응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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