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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만든 최재형 감사원장과 '작은 예수'의 길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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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선 감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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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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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X파일 논란'으로 정치계가 시끄러운 사이,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몇몇 언론은 최재형 띄우기가 나서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그를 대쪽 판사 출신의 제15대 감사원장 이회창에 견주는 식이다.

스스로 논란을 낳다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뿐만 아니라 감사원장 역시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표상하는 핵심 공직이다. 그런 감사원장이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최재형 자신의 발언에 있다. 스스로 논란을 일으킨 것.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제가 생각을 정리해서 조만간 (밝히겠다)"라고 한 발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석열 측이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이 일어난 날이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감사원장이 정치 참여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고 '조만간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말했다. 감사원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최재형이 주의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독립투사 이회영을 기리는 우당기념관을 방문한 지난 9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여부를 조사해달라면서 엉뚱하게도 감사원을 방문했다.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다는 속담을 연상케 할 이와 같은 방문은 언뜻 생각하면 감사원이 상당한 신뢰를 받는 기관인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물론 감사원이 수행하는 긍정적 기능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감사원의 문제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돼온 일이다. 감사원이 독립성을 갖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 관할로 옮기자는 주장도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진즉에 나왔던 '감사원 개혁론'

1993년에 10개월 동안 감사원장으로 근무한 이회창도 감사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이회창 회고록> 제1권은 "감사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찍부터 있어 왔다"고 말한다. 최재형이 감사원에 가기 전부터도 이런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오래된 문제점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여타 기관에 비해 감사원의 개혁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법원이나 검찰과 달리 감사원이 국민적 관심을 덜 받았다는 사실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5월에 <공법학 연구> 제18권 제2호에 실린 차진아 고려대 교수의 논문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개헌의 방향과 대안'은 "워낙에 비중이 큰 사안들, 쟁점들이 한꺼번에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평소라면 크게 주목받을 만한 쟁점임에도 현 시점에는 오히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며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헌법개정 논의 상황도 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개혁 문제가 촛불정국 시기에도 부각됐지만 여타 쟁점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문제의 심각성은 감사원장들이 정치적 압력에 취약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검찰청법으로 보장되는 검찰총장의 2년 임기와 달리, 헌법 제98조 제2항("그 임기는 4년으로 하며")에 의해 보장되는 감사원장의 4년 임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정도.

위 논문은 "헌법상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감사원장도 예컨대,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전윤철 감사원장,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임명된 양건 감사원장의 경우처럼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의 사퇴 압력을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사태들도 벌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감사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최순실 게이트를 막지 못한 사실에서도 인지할 수 있다. 국가 재정이 위법·부당하게 집행되는데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감사원이 강력해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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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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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같은 정치적 중립을 관철시키는 길은 감사원이 정치적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원을 정치권과 떼어놓는 것이다. 감사원을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만들어 정치적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행정기관 내부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악할 기회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정치적 능력을 갖추기엔 부족하다. 감사원 조직 자체가 정치적 행위에 최적화돼 있지 않다.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여건과 가능성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조직이 현실 정치에 연루된다면, 또 이런 조직의 수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지 않는다면, 감사원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조직 자체가 되레 취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이 강력해지는 길은 정치 참여가 아니라 정치 중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감사원에 대해 바라는 것은 정치적인 감사원장이 나와서 대통령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가기관의 부패를 막는 일이다. 이러자면 감사원장이 재직 중은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가급적 정치를 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사원장이 선출직 공직으로 진출하는 디딤돌이 된다면, 감사원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감사원 공무원들도 직무에 전념하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재형이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최재형 감사원장은 '조만간 제 생각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금 그가 정리해둬야 할 것 중 하나는 역대 감사원장들의 퇴임 이후 행적이다. 퇴임 뒤에 국회의원이 된 이원엽·이석제(박정희 정권)와 대통령 후보가 된 이회창(김영삼 정권)을 제외한 나머지 감사원장들은 퇴임 뒤에 선출직 공직을 갖지 않았다. 최재형 이전의 역대 원장 17명 중에서 단 3명이 선출직으로 진출했고, 마지막 사례인 이회창 이후로는 이런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퇴임 뒤에 육군참모총장(제2대 한신), 방송위원장(제10대 정희택), 총리(제21대 김황식), 총리서리(제8대·제9대 이한기), 정당 위원장(제19대·제20대 전윤철)이 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원장들은 퇴임 뒤에 공직을 떠났거나 공직으로 갔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역대 원장들이 퇴임 뒤에 '품위'를 지켰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대부분의 원장들이 감사원장의 위상을 활용해 선출직 공직에 도전했다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더 큰 위협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감사원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최재형 원장을 '대쪽 감사원장'으로 칭송하며 이회창과 오버랩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회창 사례에는 특수한 시대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감사원장이 국무총리가 되고 뒤이어 대권 후보가 되는 사례 역시 권장할만한 건 아니다.

하지만 1987년 6월항쟁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그 당시에는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았고, 대쪽 같은 법조인에 대한 정치적 수요도 강했다. 이런 점이 이회창 현상을 낳은 주요 요인이었다. 집권여당과 각을 세운다는 이유만으로 최재형을 이회창과 대비시키는 것은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월간 조선> 2020년 10월호 기사 '인간 최재형 감사원장, 그 삶의 궤적'은 최재형의 선행과 미담을 근거로 "최재형 원장과 오랫동안 교류한 지인들은 최재형 원장을 가리켜 '신이 내린 인간'이라고 극찬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교회에서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점을 근거로 "아마도 최재형 장로님이 '작은 예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라는 담임 목사의 인터뷰도 소개했다.

감사원장은 국가기관의 부패를 방지하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핵심 성역으로 남아야 할 자리다. 그런 감사원장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면, 정치투쟁에 최적화되지 않은 감사원 조직이 풍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감사 기능이 취약해져 국가기관의 건전성이 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감사원 수장이 감사원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세상에 폐를 끼치는 일이다. 감사원 조직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폐를 끼치는 일이다. '신이 내린 인간' '작은 예수'라는 극찬을 받는 인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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