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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혁신 싹 자르고, 대기업 역차별…공정위의 규제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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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디지털 공정경제' 강조…연일 플랫폼 규제-제재

업계 "디지털은 혁신 없으면 도태…기존 방식 규제 적용 안돼"

대기업엔 급식·물류·SI 개방 연일 압박…현대중·대우조선해양 등 중요 사안 결론은 차일피일

아시아경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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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검토에 착수한 것은 빅데이터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독점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유통, 금융 등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데이터 규제방침이 오히려 업계의 혁신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들어 급식, 물류, 시스템 통합(SI) 등 대기업에 대한 제재 역시 강화하고 있어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보다 각종 규제로 기업들의 발목만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규제 강화하는 공정위=공정위가 '데이터 분야의 경쟁·소비자 이슈와 공정거래질서 구축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저해하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일부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난해 네이버 제재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규제로 영업비밀 침해하고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네이버를 상대로 쇼핑, 동영상 부문 검색 알고리즘 조작에 따른 자사 서비스 우선 노출 혐의, 부동산 정보를 경쟁사에 제공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알고리즘의 경우 검색엔진의 일상적인 활동인 데다가 수많은 알고리즘 증 일부이고, 부동산 정보 역시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한 특허 시스템을 통해 취득한 정보로 경쟁사의 무임승차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네이버 사례에 비춰봤을 때 향후 공정위의 데이터 규제 신설시 플랫폼의 정보 공개 범위에 따라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한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공정위는 네이버 뿐 아니라 배달의민족, 쿠팡 등 플랫폼 전반으로 규제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입점업체, 소비자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전자상거래법 제·개정안이 단적인 예다.


업계에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디지털 공정경제'를 강조하면서 최근 공정위가 디지털 분야와 관련해 지나치게 규제 중심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쇼핑 1, 2위였던 옥션, 지마켓의 빈자리는 쿠팡이 이어받았고 한 때 국내 최대 포털이었던 다음은 10여년 전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에 흡수됐다"며 "신규 사업자가 쉽게 출현하고 혁신이 없으면 도태되는 디지털 분야는 다른 사업과는 완전히 달라 공정위도 기존 경쟁법과 같은 규제를 적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도 규제·규제·규제…"공정위가 중기벤처부냐"=공정위의 칼날은 플랫폼 뿐만이 아닌 재벌 기업으로도 향한다. 물류, 급식,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계열사와의 거래를 줄이고 일감을 개방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4개사는 계열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앞뒀다. 중소 급식업체에 일감을 개방해야 한다는 건데 재계에선 정부가 직원 식사 문제까지 간섭한다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다음달 초 물류 일감개방 자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표한다.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이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식 개방에 이은 대기업 동원 행사 2탄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등 정작 중요한 문제엔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재벌 특혜매각’이란 시민단체 반발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적잖다.


일각에선 최근 공정위가 플랫폼과 대기업 규제 강화를 통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위가 중소기업 지원 당국은 아니다"라며 "대기업, 플랫폼을 규제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할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버 몰아낸 中 '디디추싱' 한국선 요원=우리 경쟁당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대기업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플랫폼 규제에 골몰하고 있는 동안 해외에선 자국 산업 육성에 팔을 걷고 있고 혁신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인 아마존의 경우 한국 소비자가 국내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지 오래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도 마찬가지다. 2012년 알리바바 출신의 영업사원이 창업한 이 회사는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 이후 알리바바 자회사인 콰이디다처와 합병했고 2016년 중국 우버를 인수했다. 연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 차원에서 산업을 적극 육성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선 국내 기업들이 똘똘 뭉쳐 공유차량 서비스를 통합하고 외국 기업 대비 경쟁력을 확보, 다시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플랫폼은 물론 유통, 물류 등을 지나치게 공정위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혁신적인 사업과 서비스 출현을 막고 해외기업에 우리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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