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남북 과학기술‧산업정보센터' 필요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영구 북한연구자]
기타 과학기술 개발

◎ 국가과학원, 새로운 줄기세포 활성화제 개발
- 북한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은 2019년에 새로운 줄기세포 활성화제를 자체 방식으로 개발했다. 생물공학분원 동물유전자공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줄기세포 활성화제는 사람의 몸 안에서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각종 성장인자를 비롯한 수많은 세포 활성물질들을 포함한 새 세대 첨단 생물기술제품이다.

- 과학자들은 허혈(虛血, 국부적 빈혈상태) 개선효과가 뚜렷한 새로운 줄기세포 활성화제의 제조방법을 확립하고, 이것을 이용해 줄기세포 활성화제 주사약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 이 생물의약품을 임상에 적용하면서 특발성 괴저(壞疽)와 허혈성 뇌혈관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확증하고 효능 높은 <줄기세포 활성화제-1>과 이를 이용한 주사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생물공학분원에서는 줄기세포 활성화제와 주사약 생산 공정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다(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 2019.3.15; <통일뉴스> 같은 일자).

◎ 중앙계량과학연구소, 용액농도측정 '휴대용 광전비색계' 개발
- 중앙계량과학연구소는 2019년에 용액농도를 측정하는 휴대용 광전비색계(光電比色計) <청신>을 개발했다. 광전비색계는 빛의 세기를 전기적 에너지로 전환시켜 용액의 농도를 알아내는 계기다. <청신>은 분석파장 범위, 측정범위, 투과율 정밀정확도, 측정값 안정시간, 반복성 오차, 통신방식 등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높은 수준에 도달된 첨단제품이다.

가시광선 파장대역 안에서 각이한 물질들의 흡광도(빛 흡수정도) 스펙트럼을 측정하여 해당 물질의 정성‧정량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광전비색계는 구조가 간단하고 임의의 전압조건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투과율‧흡광도가 분명한 숫자로 표시된다. 기타 필요한 파장에 한해서는 해당 파장 여과관에 의해 설정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 필요한 물질의 농도를 제때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과학연구뿐 아니라 경제발전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청신>은 측정 지시 값이 안정되고 높은 감도를 가지며 여러 가지 통신도 실현할 수 있어 실용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 검증됐다고 한다.

현재 이 비색계는 야금‧지질탐사 분야에서 물질분석, 보건부문의 생화학검사, 환경보호분야에서 수질분석, 과학연구분야에서 각종 염들의 성분분석, 식료공업부문에서 식료품의 성분분석, 화학공업분야에서 물질들의 성분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북한 웹사이트 <메아리>, 2019.8.2; <통일뉴스> 같은 일자).

◎ 북한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푸른하늘>
- 북한은 2019년에 자체 기술로 스마트폰 <푸른하늘>을 개발했다. <푸른하늘> 전자제품공장에서 자체의 힘과 기술로 개발한 새로운 지능형 휴대폰 <푸른하늘>이 사용자들 속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공장에서는 휴대폰의 핵심을 이루는 주기판의 회로설계와 외형설계, 체계 프로그램(운영체계) 작성 등 모든 요소를 자체의 기술로 만들고 제품화했다고 한다.

이 공장의 연구집단(저명한 학자들과 체계적인 수재교육을 받은 실력 있는 청년과학자들로 구성)이 각종 전자제품의 국산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한다. <푸른하늘>은 사용자들의 기호에 맞게 계속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 북한은 2013년 여름부터 <아리랑>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2019년에는 <평양타치>라 불리는 <평양>브랜드의 스마트폰, <진달래> 스마트폰이 사용됐다(북한 웹사이트 <메아리>, 2019.5.1; <통일뉴스>, 5.2).

프레시안

▲ 지난 2019년 11월 9일 북한 라디오 방송 <통일의 메아리>에 소개된 북한 스마트폰 푸른하늘 ⓒ통일의 메아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일성종합대학, AI 딥러닝 필기인식기 개발
- 김일성종합대학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한글 필기인식기를 개발했다. 대학 인터넷사이트 <룡남산>에 따르면, 이 대학 정보과학부 연구집단이 한글의 형태학적 특징을 이용하고 중첩신경망(CNN) 기술을 적용해 필기체 인식기술을 개선한 문자분류기를 개발했다.

- CNN은 사람의 시신경 구조를 모방한 기술로, AI 방식인 심층학습(Deep Learning)에 사용된다. 이 기술을 적용한 문자분류기는 96.8%의 인식 정확도를 보임으로써 기존 분류기와 견줘 오류율을 19.5% 줄였다고 한다.

필기인식기를 소개하면서 "언어적 특성을 고려한 신경망의 특수한 구조를 필기문자 인식에 도입하기 위한 시도는 거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CNN을 이용한 필기체 인식 연구는 2020년 10월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김일성종합대학이 2019년에 만든 얼굴인식기, 국가과학원이 2020년에 만든 수력터빈발전기 진동감시 분석체계, 평양교원대학의 교육용로봇, 평양컴퓨터기술대학의 도로포장 설계지원체계 등은 모두 AI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2020년 7월에 김일성종합대학이 다국어통역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조선중앙방송의 보도도 있었다(<연합뉴스>, 2020.10.27).

◎ 우주화학기술토론회-2020
-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의 주최로 <우주과학기술토론회-2020>이 2020년 12월 2일 진행됐다. 인공지구위성분과, 우주관측 및 기초과학분과, 우주재료 및 요소분과, 응용기술분과로 나눠 열린 토론회는 170여건의 논문을 심의해 등수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위성정보자료와 기상관측자료를 결합하여 농업‧국토환경보호부문을 비롯한 여러 경제부문에 이용할 수 있는 논문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성 및 그 부분품들의 수명과 안전성, 위성의 동작정확성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자료들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중통, 2020.12.2).

- <우주과학기술토론회-2019>는 2019년 11월 12일 진행됐다. "우주강국 건설과 첨단돌파전"을 주제로 한 토론회는 인공지구위성분과, 우주재료 및 요소분과, 우주관측 및 기초과학분과, 응용기술분과로 나눠 진행됐고 180여 건의 논문이 소개됐다(중통 2019.11.12; <통일뉴스>, 11.13).

북한의 과학기술력

지식기반경제의 시대에서는 과학기술력이 경제발전을 좌우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국가광역 정보통신망 구축과 소프트웨어 기술육성 등), 나노기술(NT, 나노재료공업 창설 등), 생명공학기술(BT, 생명공학에 의한 우량품종 육종 등), 환경기술(ET, 환경오염방지플랜트 등)의 첨단기술이 산업현장에 도입되면 필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그 길을 가고 있다. 다만 어떠한 산학연의 협력도 그렇듯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북한은 과학기술과 생산의 밀착을 특정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전 방위적으로 구사하려고 한다. 북한은 모든 산업에서 과학연구사업의 중시, 첨단돌파전의 전개, 과학기술전선에서의 집단적 혁신, 과학기술과 생산의 밀착 등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서는 이전 시기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의 전략적 노선에 머물지 않고 '정보화' 전략을 추가했다.

북한의 과학기술정책은 ICT혁명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산업로봇 등에 관심을 뻗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 지능로봇, 스마트시티, 차세대통신 등에는 아직 접근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인민생활 향상과 직결되는 농업‧경공업, 경제강국 건설에 필요한 기계제작공업, 전자자동화공업, 전력‧금속‧화학공업, 광물자원 개발, 교통인프라 등에서 과학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낙후된 산업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 글의 서두에 제기한 생산설비에 대한 개건‧현대화, '고비용 저효율'의 극복,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 등이 여전히 중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이 없는 필자로서는 북한의 과학기술정책과 단편적인 기술개발 동향, 그리고 산학연 협력의 궤적을 보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지하자원, 노동력, 사회간접자본(철도, 도로, 항만 등) 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을 볼 때마다 필자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웹페이지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NKTech), 산업연구원 등을 비롯한 일부 연구기관들과 연구자들만이 북한의 산업기술정보에 관심을 보여 왔다. 강호제 베를린자유대학 교수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의 책임자로 일하던 때 '남북과학기술‧산업정보센터'의 필요성을 제안한 것도 현실의 안타까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 매체들의 과학기술과 산업기술에 대한 보도‧비(非)보도의 기준은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첨단기술전쟁을 고려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북한의 과학기술발전 및 그 경제적 활용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국내의 노력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단편적인 정보가 쌓여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산업기술 격차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북 산업의 균형 발전과 그 과정에서의 기술 접목(接木)과 융복합의 필요성 때문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남북한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실천하게 될 것이고 언젠가 과학기술의 산업 이용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남북한은 지금보다 더 높은 식견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상생(相生)의 길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그 날이 오기 전에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정보화‧과학화를 전략적 기조로 한 북한의 과학기술정책과 산업정책에 우리가 더 깊은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유영구 북한연구자]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