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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대차 ‘싼타크루즈’ 미국에서 돌풍… 국내는 노조 반대로 출시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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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처음 선보인 픽업트럭 모델 ‘싼타크루즈’의 올해 생산 예정 물량 절반이 이미 사전 예약되면서 북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북미 전용 모델로 출시됐지만,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준중형 SUV ‘투싼’을 기초로 디자인됐고 국내에서도 픽업트럭의 수요가 늘면서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사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시작된 싼타크루즈 사전예약이 올해 계획한 생산량의 50%를 넘는다”며 “다음 달 올해 생산 물량 전부가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싼타크루즈의 올해 생산량과 사전예약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가 3만여대의 싼타크루즈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싼타크루즈 생산을 시작해 9월부터 고객에 인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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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북미 시장에 출시한 첫 픽업트럭 모델 '싼타크루즈'./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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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 싼타크루즈의 역수입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관문을 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해외 생산 물량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국내 일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역수입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 체코 공장에서 생산돼 유럽 시장에서 호평받았던 고성능 모델 ‘i30 N’이 국내에서 판매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소형 SUV ‘베뉴’와 같이 현대차가 싼타크루즈를 해외와 국내에서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베뉴의 경우 인도에서 판매되는 물량은 인도 현지 공장에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물량은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싼타크루즈가 국내 판매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이 돌풍을 일으키는 배경 중 하나는 화물차로 분류돼 자동차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싼타크루즈는 이런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픽업트럭이 화물차로 분류되려면 차량 뼈대에 몸통을 얹고 고강도 철강으로 적재 능력을 높인 ‘프레임 바디’ 방식으로 생산돼야 한다. 쌍용차의 픽업 ‘렉스턴 스포츠’와 한국GM이 수입해 판매하는 쉐보레 ‘콜로라도’ 모두 프레임 바디 형식이다. 화물차로 분류된 픽업트럭은 연간 자동차세를 2만8500원만 부담한다. 화물차는 개별소비세(차량 가격의 3.5%)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취득세(5%)도 승용차(7%)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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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크루즈 주행 모습./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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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크루즈는 승용과 짐칸 일체형이라 화물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물건 적재 능력보다 안정적인 승차감에 초점이 맞춰진 ‘도심형 픽업'을 추구해 승용과 화물칸이 일체형인 모노코크바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싼타크루즈가 국내에 출시될 경우 승용차로 분류돼 배기량에 따라 연간 100만원에 가까운 자동차세를 부담해야 한다. 유지비 측면에서 다른 픽업트럭 모델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현대차가 싼타크루즈를 통해 경쟁력을 축적하고 국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경우 국내에서도 현대차의 픽업트럭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아의 SUV ‘모하비’가 프레임바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현대차가 이 방식으로 픽업을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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