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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폴인인사이트] ‘30조 시장’ 뛰어든 스타트업, 매년 2배 성장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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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지만 인수·합병(M&A)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경험과 전문성,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쌓아가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거든요.

‘미들 마일’은 물류에서 기업과 기업 간의 운송 구간을 뜻한다. 쿠팡·마켓컬리 등이 경쟁하는 ‘라스트 마일(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 이전 구간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라스트 마일’(6조원)보다 5배나 크다(30조원).

당연히 대기업 차지일 것 같지만, ‘미들 마일’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1만 2000여개의 영세 운송사와 운송주선사들이다. 대기업 운송사들의 비중은 1%를 밑돈다. 다들 그룹 내 수직계열화에 치중한 탓이다.

이 ‘무주공산’에 한 스타트업이 뛰어들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2018년 58억원, 2019년 180억원, 2020년 39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21년에도 2배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로지스팟이다. 이 회사는 최근 150억원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누적 투자유치 274억원).

지식콘텐트 플랫폼 ‘폴인’이 지난 11일 최명아 로지스팟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만나 성공 비결을 물었다. 최 CMO는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M&A를 한 덕”이라고 것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앙일보

최명아 CMO는 “경험과 네트워크가 우선하는 기존 시장을 디지털로 바꾸고 있다”며 “영세 운송사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해 규모를 키운 게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사진 로지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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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떻게 미들 마일 시장에 뛰어들게 됐나요.

A : 창업자인 박준규 대표가 해외 사업을 하다가 국내 바디프렌즈에 잠깐 몸담은 적이 있어요. 안마기 시장도 운송이 많잖아요? 그만큼 물류 비중이 큰데, 기업 물류 파트가 상대적으로 시스템화 돼 있지않더라고요. ‘이 시장을 디지털화하면 가능성 있겠다’는 판단이 선거죠. 그래서 2016년 창업하며 운송사를 인수했습니다.

Q : 갓 창업한 스타트업이 기존 회사를 인수했다고요?

A : 물류를 제대로 알려면 실제 경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을 개발하기 전, 국제로지스라는 운송사를 인수해 실제 운영을 해봤죠. 화물 차주와 기업 고객 담당자를 전화로 중개하며 ‘바닥’부터 경험을 쌓았어요. 덕분에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기업 고객의 목소리를 가깝게 들을 수 있었고, 실제 활용도가 높은 B2B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 : 로지스팟 전에는 디지털화를 시도한 곳이 없었을까요?

A : ‘미들 마일’은 규모도 크고 오래된 시장이에요. 하지만 ‘라스트 마일’과 달리 스타트업들이 생겨나지 않았죠. 그 이유는 참여 주체들이 너무 영세하고, 경험과 네트워크를 우선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이에요. 화주와 운송사, 기업고객 간의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기술보다 이런 사항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거죠. 로지스팟도 ‘기술에만 집중하면 실패한다’는 생각으로 진입했습니다.

Q : 그럼 초기에 어떻게 네트워크를 확보했나요.

A : 사업 초기 인수한 운송사의 기업 고객들에게 디지털과 플랫폼의 필요성을 설득했어요.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플랫폼에 담으려 노력했죠. 덕분에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그 때 고객들 상당수가 지금도 고객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젠 그분들이 다른 고객을 추천해주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죠.

Q : 기업 고객은 그렇다 쳐도, 화물차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 이전 화물차주 분들은 운송 오더를 받을 수 있는 별도의 커뮤니티망을 이용했어요. 각자 선호하는 구간이나 물품이 있는데, 오더가 들쑥날쑥했죠. 반면 로지스팟은 오더 양이 증가하면서 운송 구간이 고정화되는 추세에요. 화물차주 입장에서는 ‘예측’이 가능하게 된 거죠. 고정화된 차주들이 많을수록 서비스 퀄리티가 올라가니까, 저희도 입금을 빨리 해드린다거나 다른 부가 혜택을 제공하고요. 그렇게 지속적으로 차주와의 네트워크를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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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0명 남짓 일햤던 로지스팟은 2년 사이 120명 규모의 조직으로 급성장했다. [사진 로지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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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 운송사 인수 이후에 M&A를 3번이나 더 했습니다

A : 공항·항만에서 내륙으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건 일반 도로 화물 운송과는 또 다른 영역입니다. 기업 고객들은 각각의 구간에서 영업하는 운송사를 따로 이용해야 하는데, 이게 불편한 거죠. ‘누군가 원스톱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었고, 그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운송사를 추가로 인수하게 됐어요. 이렇게 사업 방향과 전략에 고객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매출도 늘고 700여곳의 기업 고객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Q : 스타트업이라 M&A가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A : 국내에선 스타트업에 대해 피인수 기업이 갖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큽니다. 하지만 물류 사업 특성상, 로지스팟에게 M&A는 선택 사항이 아니었어요. 필수였죠. 처음 운송사를 인수할 때 박준규·박재용 대표님 두 분이 800~900여 곳의 운송사에 직접 ‘콜드 콜’을 했습니다. 로지스팟의 비전을 알리고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설득했죠. 그래도 안 되면 전국의 운송사들에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비전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곳을 찾아 인수하게 됐습니다. 이후 매번 M&A 때마다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피인수 기업 대표가 60대이고, 직원들도 20~30년씩 일한 분들이라, 인수 후 통합과정이 쉽지 않았죠. 계속 설득하고 이야기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운송사 대표분들이 저희 이야기에 공감하세요. 그분들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는데, 새로운 투자나 시도를 할 여력이 없었던 거죠.

Q : 투자받은 돈은 어디에 쓸 계획인가요.

A : 하반기에도 M&A가 예정돼 있습니다. 상당 부분 인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플랫폼 개발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로지스팟은 ‘미들 마일’을 넘어서 ‘라스트 마일’과 해외물류(포워딩)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 서비스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 중이예요. 지금처럼 각각 별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과는 다른, 통합 물류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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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온라인세미나 〈미들마일 : 로지스팟, 30조 물류시장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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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들 마일’ 시장에는 스타트업이 많다. 이미 성장해 기존 ‘빅 플레이어’와 시너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로지스팟과 사업모델이 유사한 미국의 코요태로지스틱스는 2015년 UPS에 인수돼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

로지스팟도 ‘통합 물류 서비스 업체’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26일 폴인 온라인 세미나에서 최명아 CMO의 답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세미나는 폴인 홈페이지(www.folin.co)에서 신청 가능하며, 폴인 멤버십 회원은 무료다.

도헌정 폴인 에디터 do.ho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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