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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ESG와 '감칠맛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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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머니투데이

이윤학 대표


얼마 전 어느 강연장에서 요즘 관심의 초점인 ESG에 대해 물었더니 누군가 불쑥 "MSG는 몸에 안 좋은 거지만 ESG는 좋은 겁니다"라고 해서 모두 크게 웃은 적이 있다. 사실 한때 '착한 식당' 신드롬을 일으킨 화학조미료의 원료 MSG는 각종 요리를 만들 때 향미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아미노산계 조미료다. MSG는 1907년 일본의 한 대학교수가 다시마에서 기존 맛인 쓴맛, 신맛, 짠맛, 단맛과 전혀 다른 제5의 맛을 추출해 '우마미'(旨味·감칠맛)라고 명명했다. 이후 '아지노모도'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를 석권한 대표적 화학조미료지만 1960년대 이후 '중국음식증후군' 등 일부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MSG는 몸에 좋지 않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렸다.

그렇다면 ESG는 MSG와 달리 부작용 없이 우리를 이롭게 하는 것일까.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관점에서 투자한다는 의미인 ESG 투자는 사실 어제오늘 만들어진 투자철학, 투자원칙이 아니다.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ment)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의 연장선에서 수십 년간 이어졌다. 특히 최근 5년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 글로벌 5대 시장에서 ESG투자자산은 2016년 22조달러에서 2018년 30조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 역시 ESG공모펀드(주식+채권) 규모가 2018년 7200억원에서 올 5월까지 2조8000억원으로 4배 늘고, 특히 주식형은 같은 기간 33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무려 7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의 가장 큰 계기는 '코로나19'다.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재앙 앞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절감하게 됐고 사회적·도덕적 기업을 더욱 희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의 대두로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가 더욱 요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 투자의 갈 길은 멀다. '그린워싱'(Greenwashing)과 같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가짜 ESG 투자를 배격하는 것은 물론 체계적으로 투자의 틀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이외 다른 본질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투자의 척도인 ESG 자체의 상충이다. E와 S는 사회적가치지만 G는 주주가치여서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 또한 주주가치인 G는 계량이 용이하지만 사회적가치인 E와 S는 계량이 쉽지 않다. 그리고 과거 주주(Shareholder) 중심의 자본주의에서는 기업가치 극대화가 주주가치 극대화로 이어졌으나 ESG 관점의 이해관계자 중심 자본주의에서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상반될 수도 있다. 또한 모든 투자자가 ESG 투자를 한다면 궁극적으로 시장평균을 넘어서는 초과수익률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기업의 ESG 경영이 기업의 경영성과를 높인다는 연구결과와 ESG 투자가 장기적인 투자성과를 끌어올린다는 증거는 전세계에서 차고 넘친다. ESG 투자는 이제 시작이다. 특히 한국은 막 첫걸음을 뗐다. ESG는 MSG가 아니다. 굳이 비슷한 점을 찾는다면 인류가 그동안 몰랐던 제5의 투자의 맛, '감칠맛 투자'일지도 모른다.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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