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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일자리 정부의 뒤늦은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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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누구보다 청년 민심에 자신 있었던 문재인정부가 출범 때부터 내건 슬로건은 '일자리 정부'였다. 그 슬로건이 이젠 달나라로 간 집값과 함께 이 정부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아킬레스건이 된 건 역설이다.

지난 9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1만9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얘기만 나오면 주름살이 깊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래간만에 "작년 2월과 비교하면 80% 이상 일자리가 회복됐다"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데 진짜 안도할 만한 걸까.

경제 허리인 30대와 40대는 취업자가 각각 6만9000명, 6000명 줄고 공공 '알바'가 집중된 60세 이상은 45만5000명 늘어 증가분 74%를 차지했다. 노인 일자리는 뜨듯한 아랫목이라서 민간 일자리 근원인 기업·자영업 냉골 상황은 크게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정부의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규모는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 16조7900억원 수준이었지만, 작년 33조6000억원으로 2배 늘었다. 정권 출범 후 올해까지 투입한 일자리 예산이 약 122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정권 말 정부·여당 곳곳에서 세금을 허투루 썼다는 자술서가 쏟아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45개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을 살펴본 결과 셋 중 하나는 부실 일자리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부 빼곤 모두 알고 있는 빈 강의실 불 끄기, 해안 쓰레기 줍기 등 시간만 때우다 50만~100만원 받아가는 공공 알바에 대한 가성비 자술서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최근 정책제안 보고서를 통해 "정규직 일자리로 연계 가능성이 부족하고 예산 확대를 통한 양적 확대에 치중했다"고 꼬집었다.

작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벤처기업인 상장사 770개사의 고용 인원은 총 13만5169명. 기업 1개당 175명 정도다. 작년 정부 일자리 예산 33조원이면 단순 계산으로 1000억원짜리 기업 330개를 만들어 견실한 민간 일자리 5만7750개를 만들 수 있다. 꼭 그렇게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좋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팩트'를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팩트를 받아들이면 돈 안 들이고도 일자리 만들 방법은 많다.

기업·공기업 일자리를 꿰찬 '꼰대노조' 기득권을 깨면 젊은 층에게 좋은 일자리가 돌아간다. 일자리 상황판에 빨간불이 들어올 때마다 바쁜 기업 총수들을 모아 등 떠미는 청와대 만찬도 열 필요도 없다. 기업 특혜라는 PC(정치적 올바름)주의적 강박관념을 버리고 거미줄 같은 규제만 풀어도 일자리는 알아서 생긴다.

[경제부 = 이지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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