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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올려야 하는데 못 올리는 전기료, 정치적 폭탄 돌리기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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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전력이 3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료를 올려야 정상인데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전기료를 억지로 동결한 것이다.

올해 시행된 전기료-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면 3분기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했다. 3분기 전기료는 3~5월 연료비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때 연료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이 기간 유연탄과 벙커C유의 세후 평균 가격은 각각 ㎏당 133.65원과 521.37원으로 전 분기보다 18% 올랐다. 이를 반영하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0원으로 2분기보다 3.0원 인상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2분기에도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서민 부담을 거론하며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았다.

전기료-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유가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한전 실적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료가 올라가면 전기 소비가 줄면서 탄소 배출량도 감소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선진국은 연동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연료비가 올라 전기료 인상 조건이 충족됐는데도 정부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두 분기 연속 전기료를 묶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식이라면 연동제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올려야 할 전기료를 올리지 못한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이 떠안아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한전의 재무구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 132조원을 넘어섰고 2024년엔 1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아 당장 2분기부터 타격을 받는다. 한전의 적자가 쌓이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치적 폭탄 돌리기인 셈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무산시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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