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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제추행 부인' 오거돈에 피해자 "민주당은 치매 노인 공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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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기자(=부산)(bsnews3@pressian.co)]
부하직원 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오 전 시장 측은 일부 혐의를 축소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을 두고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후 내 입장문을 통해 "오거돈 측이 형사법정주의를 운운하며 펼친 주장들을 보면 도대체 우리나라의 법이 무엇인가 환멸감을 느낀다"며 "법정은 지금까지도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억울함만을 토로하는 오거돈에게 법의 정의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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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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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오전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는 형사6부 류승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 전 시장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그의 범행이 '권력형 성범죄'라고 규정하며 징역 7년을 구형했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공개고지 5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장애인복지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등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부산시장으로서 지위와 권력, 성인지 감수성 결여가 결합된 권력형 성범죄다"며 "부산시장이라는 직위에서 범행을 하면서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했고 1년여 넘는 시정공백과 막대한 선거비용이 낭비됐다.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로 피해 감정을 위로하고 우리나라 형사사법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엄벌을 요청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 변호인은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받아들 수 없다며 기습추행이었고 상해 간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점, 범행을 인정하고 사퇴한 점, 만 73세 고령인 점, 두 번의 암수술을 받은 점, 최근 경도 치매 진단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최후 변론에 나선 오 전 시장은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지난번에 피해자로부터 고통스러운 진술을 이 자리에서 직접 듣고 보니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사과드린다는 말밖에 다른 말을 드릴 수 없었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매시간 반성하고 후회하며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70대 중반이 될 때까지 5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버티면서 나름대로는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왔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억장이 무너지고 정말 죽고 싶다. 피고인인 제가 이 정도인데 피해자는 얼마나 더 고통이 심하겠나.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자숙하고 봉사하며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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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프레시안(박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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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행위는 명백하게 폭력을 이용한 강제추행

그러나 오거돈성대위는 이날 오 전 시장과 변호인 측의 주장에 대해 "한 시간 넘는 변론은 그 모든 수간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였고 오거돈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2차 가해로 점철된 오늘 변론은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가슴 졸이며 결심공판을 기다려온 피해자에 대한 모독이었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오거돈 측 변론을 보며 우리는 너무도 충격을 받았다. 오거돈은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말과 달리 전혀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오히려 변론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악랄한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우발적인 기습추행'이라는 주장에 대해 "오거돈은 피해자에게 방어할 틈조차 주지 않고 갑자기 폭력을 동반해 추행했으며 이는 가해자 또한 인정한 사실이다"며 "하지만 오거돈 측은 ‘우발적’, ‘짧은 순간’, ‘충동적’ ‘기습추행’이라는 가해자의 언어를 반복하며 자신의 행위를 가벼운 것으로 축소하고 법망을 빠져나가려 했다"고 강조했다.

오거돈성대위는 "우리는 오늘 오거돈의 가해가 현재진행형이며 피해자의 고통이 지금까지도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았다"며 " 지금 당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죗값을 받아라. 그것만이 참회이며 반성이다. 우리는 법이 최소한의 정의를 실현해 주리라 믿는다. 법정은 오거돈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고 촉구했다.

오 전 시장 사건 피해자도 오거돈성대위를 통해 전달한 입장문에서 "오늘 재판에셔 흘린 눈물이 반성의 눈물이라고 절대 생각지 않는다. '공직 50년을 말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모두 당신이다. 이 일에 피해자인 제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누구도 당신에게 강제추행을 하라 요구한 적 없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회복하는데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모든 죄 인정하고 정당한 처벌 받으시라. 합의할 생각은 절대 없으니 시도도 하지 마시라. 제 요구는 이게 전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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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프레시안(박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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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오거돈 성폭력 사건 피해자 입장문 전문.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깔끔하게 사퇴했다고, '피해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으니 선처해달라'는데, 말은 똑바로 하십시오. 제가 이름 모를 당신 측근의 전화를 받고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사퇴하지 않으면 언론에 모두 공개한다고 말하자 뒤따를 망신이 부끄러워 부랴부랴 짐 챙겨 도망치신 것 아닙니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이번 사건에 저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한 가해자 오거돈이 시청에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당연한 것조차 모를 사람인 것 같아 그 내용을 공증해달라했을 뿐입니다. 그 공증도 오거돈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했습니다. 오거돈의 사퇴로 제가 취한 이득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줬다'고 말하며 본인의 책임을 다한양 포장합니까. 제발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오거돈은 사건 직후 범행을 추궁하는 사람들에게 피해자인 제가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단순히 업무 담당자를 찾아 격려하려다가 우발적으로, 기습적으로 생긴 범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사건 이틀 전 주말 저녁에 제 업무가 아닌 일로 저를 호출한 이유는 무엇이며, 사건 당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굳이 저를 특정해 부른 이유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1초 만에 들통날 거짓말로 사법부와 부산시민들을 우롱하는 태도, 스스로는 정말 떳떳합니까.

폭행이 없었다는 주장에는 당당합니까.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제는 피해자의 진술이 모두 맞다더니, 당신의 진술은 왜 매번 본인이 불리할 때마다 바뀝니까. 제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 없이 못 사는 이유는 100% 그날의 강제추행 때문입니다. 치상을 예상할 수 없었다느니, 사건 직후 5월까지의 치상은 본인의 잘못이지만 그 이후의 정신적 상해는 본인과 무관하다느니 하는 주장은 그만하십시오.

사건 이후 병원에서 받은 경미한 치매 진단에는 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건 직전까지도 ' 법을 고쳐서라도 N선까지 하겠다'며 떠들고 팔굽혀펴기로 체력을 과시하더니, 사건 후에 갑자기 치매에 걸리셨습니까. 당신의 주장은 350만 부산시민들의 수장인 시장이 치매노인이었고, 민주당에서는 치매 노인을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시장직에 공천했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하는 주장이십니까. 참담합니다.

오늘 재판에서 흘린 눈물이 반성의 눈물이라고 절대 생각지 않습니다. '공직 50년을 말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모두 당신입니다. 이 일에 피해자인 제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도 당신에게 강제추행을 하라 요구한 적 없습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회복하는데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을것'이라면, 그냥 모든 죄 인정하고 정당한 처벌 받으십시오. 합의할 생각은 절대 없으니 시도도 하지 마십시오. 제 요구는 이게 전부입니다.

하루빨리 출근하고 퇴근하고 이런 입장문은 쓸 일 없는 그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박호경 기자(=부산)(bsnews3@pressi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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