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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민주당 ‘부자감세’ 당론 채택에 “집값 안정 저버렸다” 비판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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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서

“부동산 안정·조세 형평성 등 훼손”

조세법률주의 위반으로 위헌 소지

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서도 비판


한겨레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추진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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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는 이른바 ‘부자 감세’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과 ‘조세부담 형평성 제고’를 위한 종부세 취지와 크게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달팽이유니온·전국세입자협회 등은 2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종부세·양도소득세 후퇴시킨 더불어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주당의 결정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도, 정책의 일관성도 내던져버리고,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퇴행적 조치”라며 “종부세와 양도세를 깎아준다고 집값을 잡을 수도 없고 40%가 넘는 무주택자의 주거권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원호 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안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주택시장 안정’도 ‘조세 정의’도 안중에 없다”며 “폭등한 집값은 그대로 두고, 고가 주택 소유자의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22일에는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빈곤사회연대 등으로 구성된 집걱정없는세상연대도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을 갖는 등 비판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부적으로 민주당의 당론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총을 열어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는 공시가격 상위 2%에만 부과하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실거래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민주당 당론에 대한 시민단체와 기재부 쪽 비판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물론 법제도의 취지마저 훼손했다는 것이다. 종부세법은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가격 안정 도모’(제1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 7·10 대책의 핵심인 종부세 인상안을 단독 처리했는데, 한 차례 시행조차 안 한 상황에서 이를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가정은 전혀 없이 자산가들의 마음만을 달래려는 취지”라며 “향후 집값이 떨어져도 종부세를 내야 할 경우 발생할 조세저항은 고려하지 않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금액이 아니라 비중 기준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을 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 조세체계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중 기준으로 종부세를 부과하면 해마다 과세 대상자를 가려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 위헌 소지도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 전직 관료는 “상위 2%로 규정하면 현재 소유자는 물론 집을 매매하려는 사람도 해당 주택이 종부세 대상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납세 의무자와 과세표준, 세율, 과세대상 등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더욱이 종부세 완화는 정략적으로 이뤄진 측면도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야당인 국민의힘이 1주택 종부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완화하는 방안을 선점하는 바람에 민주당이 ‘상위 2%’ 안을 채택한 것이지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종부세 후퇴안은 공시가격, 공정가액의 단계적 현실화 노력과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7·10 대책에 역주행한 것”이라며 “정부의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는 무엇인지 대통령께서 밝혀달라”고 말했다. 앞서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해괴한 세금’이라고 비판했고,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부동산 보유세 완화에 적극적인 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근절에는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혁신 방안은 애초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 등 세 가지 방안을 마련했지만, 민주당은 퇴짜만 놓은 채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9월에 다시 논의해야 할 처지다. 부동산 투기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절차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모든 공직자가 소속 기관에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을 비롯해 19개 법률을 의원 입법을 통해 신속히 제·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을 비롯해 8개 법률안(11일 기준)은 발의조차 안 된 상황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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